1995년 ‘토이 스토리’가 개봉했다. 세계 최초 컴퓨터로만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당시에는 문화의 혁명처럼 받아들여졌다. 제작사는 픽사 스튜디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 컴퓨터 부서로 출발해 1986년 독립한 회사였다. 애플 신화의 주역 스티브 잡스(1955~2011)가 공동 창업자로 자금을 댔다. ‘토이 스토리’는 디지털이 주도하게 될 21세기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은 영화였다.
□ 픽사는 애니메이션 신흥 명가가 됐다. ‘몬스터 주식회사’(2001)와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등이 성공 발판이 됐다. 픽사는 할리우드 혁신 DNA로 통했다. 픽사가 시도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기술만이 아니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촘촘한 이야기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픽사는 2006년 애니메이션 전통 명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자회사가 됐다. 픽사 수장 존 라시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창작까지 지휘하게 됐다.
□ 2020년대 들어 픽사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루카’(2021)와 ‘메이의 새빨간 비밀’(2022), ’엘리멘탈’(2023) 등이 픽사답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구분되는 픽사만의 독자성을 잃은 데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경쟁자들이 늘면서 픽사의 혁신성이 빛을 바랬다는 비판이 따랐다.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기도 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달 직원 175명(전체 직원 중 14%)을 해고했다.
□ 하지만 지난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픽사에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 아웃2’는 지난 주말 북미에서만 1억5,500만 달러를 벌었다. 전 세계 매출은 2억9,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는 17일까지 222만 명이 봤다. 감정들을 의인화해 갈채받은 ‘인사이드 아웃’(2015) 속편이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불안’이 자리 잡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불안의 순기능을 묘사한다. 픽사도 위기감을 바탕으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