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존망 걸려" 비장한 각오... 저출생 정책 무게중심 '양육→일·가정 양립'

입력
2024.06.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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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커리어 유지하며 출산·양육 환경에 초점
단기 육아휴직 도입, 아빠 출산휴가 확대
인구전략기획부·특별회계 신설 추진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 대책은 차후에

윤석열 정부가 단기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육아휴직 통합신청제 등을 도입하고 '아빠 출산휴가'를 한 달로 늘린다. 그간 양육에 87%가 집중된 저출생 예산의 무게중심도 일·가정 양립 지원으로 옮긴다. 선택과 집중, 저출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노력 의지를 담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다.

'인구 국가비상사태'... 일·가정 양립 최우선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9일 오후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본위원회를 열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 차원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윤 정부가 지난해 3월 말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이후 "국가 존망이 걸렸다"며 갈고닦은 저출생 극복 방안이다. 정부는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을 ①일‧가정 양립 ②양육 ③주거 문제로 보고, 이 3대 핵심 분야 지원에 역량을 집중한다. 특히 이전과 다르게 일‧가정 양립을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일‧가정 양립은 소득 걱정과 경력 중단 없이 출산·양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월 상한을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휴직 뒤 복귀해야 급여 중 일부를 받는 사후지급금을 폐지한다.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각각 1년에 2주씩 사용할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을 신설하고, 아빠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린다. 근무일 기준이라 남성도 출산 시 한 달을 쉴 수 있다. "번번이 눈치가 보인다"는 여론을 반영해 출산휴가 신청 시 육아휴직까지 같이 내는 '통합신청제'도 시행한다.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제도'와 '일·가정 양립 경영공시제'를 도입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주는 대체인력 고용 지원금은 현재보다 40만 원 많은 120만 원으로 올린다.

저출생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예산도 중점 관리하고, 신규 예산의 80%는 일‧가정 양립 분야에 집중한다. 올해의 경우 직접적 저출생 대응 예산은 23조5,000억 원인데, 이 중 20조5,000억 원(87.2%)이 양육 분야에 쏠려 있다. 일‧가정 양립과 관련된 예산은 2조 원(8.5%) 정도다.

'융합돌봄 특구' 만들고, 신혼‧출산가구 특공 기회 한 번 더

양육 지원을 위해 신규 택지개발지구에는 공공과 민간 돌봄·교육 시설을 집적한 '융합돌봄 특구'를 지정한다. 지자체 및 연구기관 등과 함께 연구용역을 거쳐 연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간제 보육기관은 올해 1,030개 반에서 2027년까지 3,600개 반으로 세 배 이상 확대하고, 돌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등도 활용한다.

결혼·출산의 장애물인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신규 출산 가구에는 주택 청약 시 특별공급 기회를 1회 더 준다. 신생아 특례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은 현재 1억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고, 내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는 3년간 한시적으로 소득 기준을 2억5,000만 원까지 추가 완화한다. 여기에 세법을 개정해 '결혼 특별세액공제' 신설도 추진한다.

출산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최대 3회 가임력 검사(현재 1회) △난임시술 여성 1인당에서 출산당 25회 지원 △비급여 필수 약제 건강보험 적용 △난임 휴가 3일(유급 1일)에서 6일(유급 2일) △제왕절개 무료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주형환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저출생 정책 전환의 시작점이며, 초저출생 추세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명대를 회복해야 한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저출생대응기획부·특별회계는 언제쯤

정부는 앞으로 저출산위원회를 '인구 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해 매월 개최하고, 지자체·교육청·경제계‧언론계‧종교계 등과 연석회의도 열 계획이다. 지금까지 중앙에서 주도해 저출생에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사회적 인식 변화까지 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장관이 부총리급인 '인구전략기획부' 및 이와 연계한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 신설도 추진한다. 또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세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돌아가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한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기존 저출생 정책의 큰 골격을 유지하며 일부를 가감했다는 한계도 내재됐다. 좋은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 등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조적인 문제 대응 방안도 차후로 미뤄졌다. 정부는 그간의 저출생 정책이 현상적·백화점식이었고, 수도권 집중 등은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 주 부위원장은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등은 가급적 연내에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