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우승 디섐보, 두 눈 감고 하늘을 향해 세리머니한 이유

입력
2024.06.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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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계 6언더파로 4년 만에 정상 탈환
'우상' 스튜어트·2년전 세상 뜬 아버지 추모
김주형·안병훈은 파리 올림픽 출전 확정

4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오른 미국 프로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는 두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웠다. 자신의 우상이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페인 스튜어트와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추모하는 일종의 '우승 세리머니'였다.

디섐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0) 2번 코스에서 끝난 제124회 US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우승하며 상금 430만 달러(59억3,000만 원)를 손에 쥐었다.

3타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디섐보는 1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기세를 올린 매킬로이는 13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경기 막판 보기 3개를 쏟아내며 흔들렸고, 디섐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15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8번 홀(파4)에서 환상적인 벙커샷을 성공시키며 1타차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통산 두 번째 US오픈 우승을 확정한 디섐보는 “페인 스튜어트”를 외치며 포효했다. 스튜어트는 26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만 11승을 달성한 전설이다. 그는 US오픈 우승 후 몇 달 뒤인 1999년 10월 비행기 사고로 4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PGA는 생전 수많은 봉사 활동을 한 스튜어트를 기리기 위해 매년 사회 공헌을 많이 한 선수에게 ‘페인 스튜어트’ 상을 수여하고 있다.

평소 “(스튜어트의 모교인) 미주리 주립대 캠퍼스에 그려진 스튜어트의 벽화를 보고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고 밝힐 만큼 스튜어트를 존경했던 디섐보는, 우승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 “페인이 여기 있다”고 외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우상을 추모했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전했다. 디섐보가 우승한 날은 미국의 아버지날.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2년 전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장 이식 수술까지 받고 투병하다 숨진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디섐보는 "이 우승컵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행 티켓이 달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도 분전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9위로 선전했던 김주형은 이날 6타를 잃어 공동 26위(6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세계랭킹도 지난주에 비해 4계단 하락한 26위가 됐지만,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파리 올림픽 골프 종목 출전권은 국가당 기본 두 장씩 분배된다.

남은 한 장의 출전권은 안병훈(세계랭킹 27위)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번 대회 컷 탈락으로 지난주에 비해 세계랭킹이 4계단 낮아졌지만,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파리행을 확정 지었다. 만약 두 선수가 올림픽 출전을 고사하거나 부상 등으로 출전할 수 없으면 임성재(34위) 김시우(46위) 순으로 출전권이 넘어간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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