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바로잡은 부분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산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대한텔레콤은 나중에 SK C&C로 사명을 바꾸며 SK㈜의 모태가 되는 기업이다. SK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에, 이 회사 주식가치에 오류가 있었다는 건 SK그룹의 전반적 성장에 대한 평가에서 틀린 계산이 있었다는 게 최 회장 측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치 오류를 '단순한 오기'로 판단해, 1조3,808억 원에 이르는 재산분할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17일 판결 경정 결정을 하며,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기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 부분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바꿨다. 이게 변경되면서 1998년부터 2009년(SK C&C가 상장·주당 3만5,650원)까지 회사 가치 상승분도 355배가 아닌 35.6배로 수정됐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재산분할액을 수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 순재산 합이 4조115억 원이며, 이 중 '노 관장 몫이 35%'란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관장 측 변호인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결혼 이후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 가액 변동을 문제 삼은 SK 측 주장은 판결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이 수치가 재판 결론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항소심 재판부가 SK㈜ 주식을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및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분할대상이 아님)이 아닌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한 근거이기 때문에, 치명적 오류라 주장하는 것이다. 왜곡이 발생했기 때문에, 결론을 다시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한 자금인 2억8,000만 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SK 측은 '증여'라 주장했고 1심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증여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증여로 보지 않은 근거는 '7만 원'이란 금액 차이와 '7분'의 시차였다. 1994년 최 선대회장의 조흥은행 계좌에서 2억8,690만 원이 인출됐고, 최 회장의 제일은행 계좌로 2억8,697만 원이 들어갔다. 최 회장은 조흥은행 유공 계좌로 2억8,000만 원을 송금해 대한텔레콤 주식 대금을 결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의 계좌 인출과 최 회장 계좌 입금 사이의 시차, 그리고 7만 원의 금액 차이를 지적했다. 여기에 최 회장이 2억8,697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때와 유공 계좌로 자기앞수표가 송금된 시차인 7분 역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모든 과정이 7분 안에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최 회장이 아버지 돈으로 주식을 산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주식가치만으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노태우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사업 진출에 길을 터주는 등 노태우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노 관장의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번의 수치 오류 수정이 재산분할 비율인 '65(최태원)대 35(노소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재판부가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지 않은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가깝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룹의 근간인 기업 가치가 많이 올랐으니 자수성가를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자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신혜성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오히려 최 선대회장 경영 시 큰 가치 상승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최 회장 경영 당시엔 큰 가치 상승이 없었다는 뜻이라면, 특유재산 판단이 바뀐다고 단정할 순 없어도 (변경의) 단초가 될 순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 측이 상고 뜻을 밝히며 판단은 대법원 몫으로 넘어갔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된 이후부터 재산 성장 부분에 대한 계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판단의 고려 요소에서 변화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얼마나 결정적 요소로 반영할지는 재판부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