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종과 감시

입력
2024.06.17 17:3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데빈 누네스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2017년 3월 누네스 메모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미국 정보기관이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와 그 주변 인물에 대한 통신 감청과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퍼뜨렸다는 폭로다. 트럼프가 연루된 러시아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실제 조사 결과도 그의 주장과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해야 할 의회 인사가 애완견(Lapdog) 노릇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에 트럼프가 설립한 미디어그룹 CEO가 됐다.

□ 의회는 행정부의 공식적 견제세력으로 대통령이 소속당 의원들의 충성을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대통령의 애완견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미 의회의 일반적 정서다. 오래전 지미 카터 대통령도 민주당을 애완견으로 여기지 말라는 언론의 충고를 받았다. 우리 역시 '청와대 2중대'나 '여의도 용산 출장소'라는 비판으로 여당의 맹목적인 대통령 추종을 경계한다

□ 대북송금 사건 재판 결과와 검찰 기소에 불만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언론을 비난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두 재판부의 다른 판단을 근거로 언론이 검찰의 정보를 받아 왜곡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 사정을 파악하면 부적절한 매도다. 그럼에도 언론인 출신인 노종면 의원은 애완견은 감시견의 반대편 언론일 뿐 망언 발언이 나올 일이 아니라고 했고, 방통위원 출신인 양문석 의원은 "격조높게 애완견이냐, 기레기"라며 이 대표 호위에 나섰다.

□ 사실 4개 사건 재판에 달린 이 대표의 정치생명보다 위태로워 보이는 건 총선 대승 이후 빚어지고 있는 당내 민주주의 위기다. 이 대표 1인 체제와 대권가도를 위한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은 당 정체성 훼손 비판에도 불구하고 친명계의 열띤 옹호만 들리고, 반대 목소리는 침묵이 감돈다. 감시견이나 애완견이라는 게 언론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백년 정당을 지향하는 당의 건강성을 위해 자신은 무엇인지 의원들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정진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