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사라지고, 꽃게 살 안 차고... 서해 북단 어장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6.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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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바지락 생산량 1년 새 반토막
올해 5분의 1로 줄어 조업 포기 고려
백령·대청도, 낮은 꽃게 살수율 속앓이
전문가들 "지속적인 수산자원 조사 필요"

"2018년부터 어촌계장을 했는데, 바지락이 이렇게 안 잡히는 해는 처음입니다."

정연희(64)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 어촌계장은 1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종패(어린 조개) 방류 사업 등을 꾸준히 펼치며 연간 100톤 안팎을 유지해 온 장봉도의 바지락 생산량이 최근 급감하고 있다.

장봉도 어촌계에 따르면 바지락 생산량은 2022년 123톤에서 지난해 67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어민들은 "올해 잡히는 양은 작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모래가 섞인 갯벌에 주로 사는 바지락뿐만 아니라 각각 모래와 갯벌에 서식하는 백합, 동죽 등 다른 조개류 생산량도 줄어면서 어민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장봉도 어민들은 통상 6~8월 3개월간 바지락을 캐서 1인당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450만 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올해는 조업 포기를 고려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어민과 환경단체들은 바지락 생산량 급감 원인으로 △수온 변화 △갯벌 퇴적과 침식 양상 변화 △해양 산성화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운영 개시에 따른 소음 피해 증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장봉도는 영종도와 직선 거리로 5km 정도 떨어진 섬으로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길목에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실내 배양시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수온이 높고, 바다의 pH 농도가 낮을수록 참가리비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등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는 패류의 성장 발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산과학원 관측 결과를 보면 서해의 표층 수온은 최근 55년간 1.19도가 상승했고, 우리나라 해역 표층의 pH는 최근 8년간 0.019 낮아졌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소청도 어민들은 꽃게의 낮은 살수율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살수율은 수산물에서 살코기와 수분의 비율로, 살수율이 높을수록 살코기 비율도 높다. 살수율이 낮으면 가격도 함께 떨어져, 전체 어획량이 증가해도 어민들의 수입은 별로 늘지 않는다.

백령도와 대청·소청도 어장에서 잡히는 꽃게가 예년에 비해 살이나 알이 덜 차다 보니 꽃게 포획채취 금지 기간(금어기)도 늦춰졌다. 꽃게가 예년에 비해 작고 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서해5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북쪽에 있는 백령·대청·소청도 어장의 꽃게 금어기를 당초 7월 1일~8월 31일에서 7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로 15일 늦췄다. 해수부 측은 "최근 수온 변화 등에 따라 꽃게가 자라는 시기가 변하고 있는 점 등을 반영해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산자원 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당국의 조사가 긴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섬재단 부이사장인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어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정확한 원인과 구체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수산자원 전반에 대한 지속적이고 꼼꼼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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