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중국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극히 예외적인 무용을 떨친 군인에게 수여되는 미국 최고 군사훈장이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수많은 무공 훈장과 수훈장이 시즌 MVP나 부문별 상이라면 명예훈장은 명예의 전당인 셈. ‘명예’는 군인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덕목을 아우르며, 더한 찬사를 군소리로 만드는 단어다.
모든 훈장이 원칙적으로 그렇지만 명예훈장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훈장을 탔다(win)”라는 표현을 무례나 모욕으로 여긴다. 그 훈장이 시합이나 경주의 우승 트로피가 아니라 용기와 희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훈장을 받은 사람은 매달 지급되는 특별연금 외에 평생 군용기를 이용할 수 있고, 자녀 사관학교 입학을 보장받는다. 일부 주는 장군들의 승용차 성판(星板)처럼 특별번호판을 제공하기도 한다.
남북전쟁 중이던 1861년 미 의회가 제정한 이래 명예훈장을 수여받은 군인(예비역)은 총 3,517명이고, 이 중 18.5%는 전사 등으로 사후에 받았다. 남북전쟁 수훈자가 1,523명으로 가장 많다.
인디언 전쟁 수훈자(426명) 등 1차대전 이전 식민지 전쟁기 수훈자까지 포함된 게 ‘명예’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물론 없지 않다. 1차대전 수훈자는 126명, 2차대전 전시에는 472명이 저 훈장을 받았고, 베트남전쟁(268명)과 한국전쟁(146명)이 뒤를 잇는다.
명예훈장 수훈자 중에는 단 한 차례 전투에서 람보와 같은 무공으로 영예를 안은 이들도 있다. 반면에 오디 머피(Audie L. Murphy, 1926.6.20~1971.5.28)처럼 미군으로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훈장을 다 받고 명예훈장까지 받은 군인도 있다. 머피는 1943년 7월 이병 계급장을 달고 2차대전 유럽 전선에 투입돼 약 27개월간 명예훈장을 포함, 30개의 훈장 및 기장과 3개의 수여장을 받고, 45년 9월 중위로 제대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