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에 책임 떠밀고 괴롭힘까지… 이런 군대 어떻게 보내나

입력
2024.06.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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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해병대원 채모 상병의 직속 상관이던 해병대 이모 대대장(중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이후 각종 임무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과 학대를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 중령은 지난해 8월 국방부 조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최종 이첩한 2명 중 1명이다. 당초 해병대수사단 조사에서 함께 혐의자로 지목됐다 빠지면서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이 자신들이 살기 위해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정신적 괴롭힘까지 일삼아왔다는 것이다.

이 중령은 인권위 진정서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 발생 이후 자신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임 전 사단장이 노골적인 차별과 고립, 학대를 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을 직무(포병7대대장)에서 배제하고 위법한 파견명령을 내렸으며, 중령 대대장급 교육이나 회의 참석 등도 배제했다고 진정서에 적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역시 부대원들과의 접촉을 차단시키는 등 거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중령은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 동기들에게 유서까지 남겼다고 한다.

임 전 사단장이 지난 10일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중령 등 부하를 선처해달라는 탄원서였지만 정작 “지침 오해로 작전 대상 지역에 수중도 포함되는 것으로 오판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골자였다. “자기 혼자 살아보겠다는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처사”(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탄원서에는 심지어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며 군인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전쟁 상황도 아니고 보여주기 행정 앞에 안타깝게 희생된 병사의 희생 앞에 어떻게 이런 막말을 내뱉을 수 있나.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준다”며 수사 외압을 주장해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의 대질 조사를 거부했다. 3만 해병대원 자긍심에 깊은 생채기를 내는 교묘한 책임 회피다. 부모들이 어떻게 이런 책임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상관들을 믿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