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18세 이상 청년 중 희망자를 징병하는 '선택적 군복무'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환경이 급변하자 13년 만에 폐지했던 징병제 부활을 검토해왔는데, 반대 여론에 밀리자 차선책을 꺼내 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는 이날 새 병역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매년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복무 의사와 체력 등을 묻는 설문지를 발송하고, 복무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이 가운데 일부를 신체검사를 거쳐 신병으로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복무기간은 기본 6개월이고 희망할 경우 최장 2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설문지를 받은 남성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어 거부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여성은 자발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참여할 수 있다.
독일 국방부는 해마다 청년 약 40만 명 가운데 10만 명가량이 군복무를 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4만∼5만 명을 신체검사 대상자로 추리고, 최종적으로는 첫해 5,000명 규모의 신병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1만 명 수준인 신병 모집 규모를 1만5,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18만1,000명인 연방 군병력이 오는 2031년까지 20만3,000명으로 늘게 된다. 여기에 예비군 26만 명을 확보해 러시아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독일 국방부의 주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모두들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시민 생명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 정부는 본격적으로 징병제 재도입에 시동을 걸어왔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등 연립정부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자 선택적 군복무제로 선회한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의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독일은 1956년부터 징병제를 운영해오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시절인 2011년 모병제로 전환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군축으로 병력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다만 국가가 군 징집을 허용하는 조항은 여전히 독일 기본법(헌법)에 남겨둔 상태다.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독일 외에도 유럽 각국에서 징병제 부활 등 군비 증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라트비아 등 10개 이상 국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의무 복무제도를 두고 있다.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동유럽 국가만이 아니다. 덴마크는 지난 3월 의무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고 여성도 징집하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참패하자 다음 달 7일 조기 총선을 발표하고, 공약으로 60여 년 만에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P는 "네덜란드 정부도 9,000명 정도의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무 복무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