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하는 시 ‘입국 심사’를 첫머리에 둔 차도하 시인의 시집 ‘미래의 손’. 이 시집을 앞에 두고 차 시인에 대해 아는 것들을 헤아려본다. 1999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서효인 시인)는 평가를 받은 시 ‘침착하게 사랑하기’로 등단했다는 것. 또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관련된 출판사에 작품 게재를 거부하고, 원고료를 고지하지 않은 청탁 의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많은 이가 나오기를 기다린 이 시집이 그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라는 것. 그는 2023년의 가을, 스물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시집 ‘미래의 손’으로 돌아가 본다. 차 시인은 지난해 4월 출판사 ‘봄날의책’에 이메일로 60여 편의 시를 투고했다.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출간이 결정됐고, 시인은 개고를 시작했다. “나는 / 천국에 갈 것이고 이 시도 파쇄기로 들어갈 것이다. / 그러나 시를 쓸 것이다 / 많이 쓸 것이다”(‘입국 심사’)라고 결심하면서.
“먼저 눈멀어본 적이 있는 자들”이나 “눈이 없는 동물들과 식물들”,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서는 사람들, “어떤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지하”, “짓눌려 죽어 있는 아주 작은 벌레”, “도로 위에 죽은 새”처럼 일상을 살면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에 시인의 시선은 고루 닿는다. 자신의 삶에서도 또 문학에서도 이처럼 모든 순간을 치열하게 마주하고자 했던 시인은 시를 쓰고 또 썼다. “신이 그녀를 속여도. 전 재산을 잃어도. 강간을 당해도. / 소설을 읽을 수가 없고. 선한 인물이 싫어지고. / 자두를 먹어도 단맛이 느껴지지 않고 / 끈적한 진물이 손목을 타고 흘러내릴 때도.”(‘지키는 마음’)
시집의 마지막 시 ‘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는 “그것은 이미 내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차 시인의 시는 희망보다는 절망과 자주 마주하곤 한다. 김승일 시인은 시집의 발문 ‘아무도 가질 수 없어’에서 “슬픈 결말이 너무 많은 이 시집에서 지혜롭고 용감한 목소리를, 차도하의 선택들을 발견하고 존중할 수 있었으면 했다. 내가 그럴 수 있었으면 했다”라고 썼다. 절망하고 슬퍼하면서도 오늘과 내일의 모든 것을 외면하지 않는, “누군가 넘어질 것 같을 땐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끝내 비겁하지 않으려는 용기가 차 시인의 시에는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차 시인은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2021)에서 말했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 주면 좋겠다.”
차 시인은 죽어서 천국이라는 외국의 입국 심사를 거쳤지만, 생전의 바람처럼 시인의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시인이 남긴 62편의 시를 강성은, 신해욱, 김승일 시인이 책임 편집을 맡아 ‘미래의 손’이라는 시집으로 세상에 내놨다. 이 시집은 6월 첫째 주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소설·시·희곡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서울 종로구의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에서는 18일 차 시인의 시를 동료 시인들과 독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누어 낭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낭독회 티켓은 매진됐다. 차 시인이 시집이 나오면 낭독회를 갖기로 약속했던 서울 마포구의 문학살롱 초고에서도 그의 시를 읽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라던 시인의 시처럼 독자가 차 시인의 시를 읽는 순간, 또 그로 인한 파문이 이는 순간마다 그의 “돌 던지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