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과 법조일원화 등 사법부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해법을 찾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자문위)가 본격 가동됐다. 자문위는 3개의 별도 연구반을 꾸려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대법원은 12일 제3기 자문위 위촉장 수여식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제1기(2009~2010년)와 제2기(2013~2014년)가 활동했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이를 대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법원 내 의견 수렴 끝에 법적 설치근거가 없는 사법행정자문회의 대신, 법적 기구인 자문위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첫 회의에선 조 대법원장이 부의한 1차 안건을 상정했다. 크게 △감정제도 개선과 판결서 적정화 등 재판 절차 △법관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경력 요건 검토 등 법관 인사제도 △법원 공무원 관련 제도 △재판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방안 등 사법정보화 등이 주제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를 위해 위촉된 20여 명의 전문위원들은 3개 연구반으로 나눠진 안건을 각각 배정받았다.
자문위는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2차 회의에선 '법관 임용 위한 적정 법조경력 요건 검토'와 '감정제도 개선' 주제에 대해서 논의한다. 법원행정처는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법조인을 신규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를 대법원 차원에서 되짚어 보기 위해 법조경력 요건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일원화는 법관 구성 다양화를 목표로 2013년 시행됐다. 법관 임용 시 필요한 법조 경력은 올해까지는 5년 이상이지만, 내년부터는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사법부 내부에선 법관 고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경력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역시 이 기준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추거나 법관 직책에 따라 필요한 경력을 다양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자문위는 이번 안건 외에도 재판 지연 해소 등 사법부에 산적한 과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위원장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을 맡았던 권오곤 변호사가, 간사는 윤성식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맡았다. 위원으로는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경춘·조현욱·차병직 변호사, 전원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룸국장 등이 위촉됐다. 활동 기간은 내년 6월 11일까지지만, 필요하면 6개월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