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 지진 중 가장 셌다. 흔들림 수준을 나타내는 진도도 5(전북)를 기록, 거의 모든 이가 느낄 정도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시민은 “폭탄이 터지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후 1시 55분에는 규모 3.1의 15번째 여진도 이어졌다. 추가 여진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은 그동안 강진이 없던 전북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운다. 지금까지 한반도 지진은 주로 경북에서 발생했다. 197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도 2016년 경주(규모 5.8)와 2017년 포항(5.4) 지진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안에서 발생했다. 진앙 반경 80㎞ 이내에선 규모 4.0을 넘는 지진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곳이다. 더 이상 한반도에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지진이 정확히 어떤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더 큰 충격이다. 부안에선 그간 제대로 된 단층 조사도 없었다고 한다. 충남 부여에서 전북 변산반도까지 이어지는 함열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나 진앙의 깊이를 감안하면 확실한 건 아니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단층구조 조사’는 겨우 영남권만 이뤄진 상태다. 2036년인 단층 지도 완성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더 커졌다.
지층에 누적된 응력의 해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진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지진에 얼마나 대비했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환태평양지진대로 강진이 빈번한 일본과 대만이 막대한 희생 후 건물 내진설계 강화와 보강, 지진 대응 안전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인 교훈을 참조하는 게 필요하다. 지진 대피시설 확충 등 안전망 구축과 위기 대응 시스템 점검도 시급하다. 지진은 자연재해지만 대비는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