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 내려놓고 빅리그 진출 속력 높이는 ‘혜성특급’

입력
2024.06.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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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후 MLB 노리는 김혜성 배려 차원
구단 결정에 송성문 새로운 캡틴
주장 교체 후 선수도, 팀도 상승세
"새 주장과 같이 잘해서 팀 승리 도움"

2024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혜성(키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자의는 아니지만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온전히 시즌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보통 팀의 주장은 선수가 부담감을 느껴 부진하거나, 큰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바뀌지만 김혜성은 좀 다르다. 꾸준히 잘했고, 크게 아프지도 않았다.

키움 구단은 김혜성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소속사 CAA스포츠와 정식 계약을 한 다음 날인 4일 주장 교체 소식을 알렸다. 키움은 “큰 도전을 앞둔 김혜성을 배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본인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9일 서울 고척돔에서 만난 김혜성은 “일단 선수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할 뿐”이라며 “주장을 맡았다고 부담되는 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매일 주전으로 나가는 선수로서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주장 교체는 ‘윈윈’ 효과가 났다. 김혜성은 주장에서 물러난 이후 11일 현재까지 5경기에서 18타수 9안타(타율 0.500)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또 새로운 캡틴 송성문은 타율 0.448에 2홈런 11타점을 몰아쳤다. 최하위로 처졌던 팀도 주장을 바꾸고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해 탈꼴찌의 희망을 살렸다.

김혜성은 “(송)성문이 형은 친하고, 좋아하는 팀 동료”라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커리어 하이 성적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 좋다”고 새 주장의 활약을 반겼다. 그러면서 “나도 같이 잘해서 팀이 많이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주장을 맡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고 했다. 똑같이 열심히 하고, 선수들의 중심 역할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이 장점인 김혜성은 올해 장타력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 8홈런을 때려 종전 한 시즌 개인 최고 기록(7홈런)을 벌써 넘어섰다. 장타율 역시 0.495로 2017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높다.

김혜성은 “비시즌 하체 훈련을 많이 했고, 하체를 써서 타격하는 방법을 열심히 준비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홈런 목표에 대해선 “모든 성적에 숫자로 목표를 정해놓지 않는다”며 “작년의 나보다 잘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 부상이다. 김혜성은 올해 크게 다친 적이 없지만 어깨, 손가락 부상 등으로 여덟 차례 경기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전체 144경기 중 137경기를 뛰어 7경기만 결장했다. 2023시즌 팀 동료였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치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것도 반면교사가 됐다.

김혜성은 “자잘하게라도 안 다쳐야 한다”며 “지난해 타격 성적이 좋았던 이유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컨디션을 잘 만들어 뛰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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