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농장에서 가축 20여 마리가 들개에게 물려 떼죽음을 당했다. 최근 서울과 부산 등에서도 들개가 출몰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9일 새벽 들개 무리가 인천 서구 공촌동에 있는 한 농장을 습격해 우리 안에 있던 염소 2마리와 병아리 20마리를 물어 죽였다. 농장 관계자 A씨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농장으로 접근한 들개 4마리 중 3마리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 염소와 병아리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A씨는 사건 당일 낮 평소처럼 농장을 찾았다가 가축들이 죽어있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염소 한 마리는 내장이 보일 정도로 살점이 뜯겨나갔고 피범벅 상태였다"며 "병아리 한 마리만 겨우 살아남았지만 많이 다쳐서 오래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아리들은 3월부터 차례로 부화시켜 애지중지 키웠고 염소 2마리도 이름을 따로 지어주며 가족처럼 지냈는데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 허망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내 주택가와 전철역 등이 있어 주민 피해도 우려됐다. A씨는 "들개들은 우리에 설치된 철망을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을 낸 뒤 침입했다"며 "이러한 사냥 습성이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향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유기돼 야생화된 들개는 번식력이 강한 데다 활동 범위가 넓어 최근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등에서도 들개가 출몰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들개가 나타나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달 부산의 한 도심 공원에서도 산책하던 시민이 들개에게 얼굴이 물려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인천 서구도 지난해 115마리의 들개를 포획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50마리가 포획되는 등 들개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들개는 보통 사람을 경계해 먼저 접근하지 않지만 위협을 느끼면 공격할 수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들개 출몰 신고가 접수되면 포획해 유기동물로 분류한다. 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에서 20일간 보호한 후 유기동물 공고를 낸다.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화 훈련을 거쳐 입양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