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도발했다”… 중국 야유에 '3 대 0' 손동작 의미는

입력
2024.06.12 08:24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중국 경기
3000명 중국 원정 팬들 야유하자
손흥민, 중국 원정 대승 점수 표시
"우리 팬들까지 무시한다고 느껴"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중국 응원단의 야유에 '3 대 0' 손동작으로 여유롭게 응수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장은 만원 관중을 이룬 가운데, 3,000여 명의 중국 팬도 원정석을 채웠다.

중국 원정단의 신경전은 경기 전부터 시작됐다. 일부 응원단은 경기에 앞서 손흥민의 이름과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욕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전반 40분쯤 손흥민이 중국 골대를 향해 위협적으로 돌파하자 야유는 더욱 심해졌다. 이를 인지한 손흥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중국 원정 팬 앞에서 왼손으로 손가락 3개를 펼치고 오른손으로는 0을 만들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중국 원정에서 3 대 0으로 완승을 거둔 것을 상기시키는 동작이었다. 손흥민 행동에 한국 홈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중국 팬들은 다시 야유를 쏟아냈다.

해당 장면은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검색 순위에는 '손흥민이 도발했다'가 상위권에 올라왔다.

손흥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도발'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야유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선수로서 야유를 받을 순 있지만, 우리 홈 경기장에서 우리 팬들까지 무시한다고 느껴서 대한민국 선수로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축구를 하다 보면 그런 일은 종종 벌어지는데 중요한 건 우리가 좋은 경기로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말리지 않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고, 나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날 중국과의 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이강인의 결승골로 1 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차 예선을 5승 1무 무패(승점 16)로 마치며 조 1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