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발포 거부' 故 안병하 치안감 국가배상 판결

입력
2024.06.11 18:43
"정신적 고통 인정, 유족은 소멸시효 지나"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했던 고 안병하 경찰 치안감에게 정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 정용호)는 안 치안감 유족 4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에 총 2억5,000만 원의 배상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안 치안감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강제 연행과 불법 구금, 폭행,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강제 해직됐다”며 “본인과 그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본인이 아닌 가족이 겪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안 치안감은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월 18일 당시 시위대에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 명령을 거부하고, 과잉진압 금지를 지시했다. 또 경찰이 소지한 무기를 회수하고, 시위대 치료와 음식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신군부 지시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에 연행돼 갖은 고초를 겪고 면직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10월 순직했다. 2003년 광주민주유공자, 2006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고 2017년엔 1계급 특진 추서로 치안감이 됐다. 경찰청도 그해 그를 ‘경찰 영웅 1호’로 선정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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