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기증받은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활용해 비의료인을 상대로 유료 해부학 강의를 한 민간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관련기사: 의대생 실습용 부족하다더니... 1회 60만 원짜리 카데바 강의 논란)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지도자들에게 해당 강의를 진행한 H업체를 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1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공의모 측은 "해당 강의에서 실제 고인의 시신을 해부했고, 업체는 이를 '국내 최초의 핸즈온 강의'로 홍보했다. 수강생들은 시신을 직접 만지고 심지어 메스로 아킬레스건을 절개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며 "예우받아 마땅한 시신이 과도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신의 해부는 시체해부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고, 교육 목적의 해부는 의사와 치과의사 외에는 해부학 교수의 지도하에 의학 전공의 학생만이 가능하다"며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타과생들은 수업 중 시신을 직접 해부하지 않는다. 비의료인이 교육 목적으로 시신을 직접 해부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시체해부법에서는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와 의대의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 부교수, 조교수가 직접 해부하거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자신의 지도하에 해부하게 하는 경우 등에 한해 시체 해부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 후기와 홍보물 등에 따르면 해당 강의에선 비의료인인 운동지도자들이 시신을 직접 만지고 해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H업체는 지난해 6월 해부학 강의 수강자를 모집했을 당시 '핸즈온 카데바 클래스'와 '스크린 카데바 클래스' 두 분야로 나눠 신청을 받았다. 핸즈온 클래스에선 근육과 뼈, 신경, 인대 작용과 모양, 결 등을 직접 확인하고 만져보는 기회를 제공했고, 스크린 클래스에선 실시간 고화질 중계로 학습이 이뤄졌다.
H업체는 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를 통해 지난해 두 차례 '핸즈온 카데바 해부학' 강의를 열었고, 6월 23일에도 개최하려다 논란이 되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