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소장)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죄 재판에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됐다. 중앙군사법원은 11일 박 대령의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 5차 공판에서 정 소장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해병대 2사단장인 정 소장은 지난달 17일과 이날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으나 "전방 작전부대 지휘관으로서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군사법원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를 부과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의무불이행자를 교도소·구치소 등에 가두는 제도)에 처할 수 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정 소장을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박 대령 항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진술이라는 취지다. 정 소장은 해병대 부사령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박 대령에게 사건 기록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직후 이 전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여기서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됨" 등이 적힌 메모를 남겼다.
박 대령 측은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는 지시이며, 다른 지시 또한 이 전 장관의 판단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 대통령실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발언한 적이 없고, 나머지 지시는 독자적으로 내린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박 대령 측의 추가 통신기록 조회 신청도 받아들였다. 대상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화동 전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의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의 통신기록이다. 앞서 이 전 장관 통신기록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같은 기간 네 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