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지시로 시작된 '3·1절 대구마라톤' 끝내 무산

입력
2024.06.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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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상연맹 2개월 검토 후 '불가' 회신
3월 첫 일요일 도쿄마라톤 겹칠 일 없어  
정치·외교 파장 일단락… 개최 날짜 고민

대구시가 내년 3월 1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공동 주최인 대한육상연맹이 불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3·1절에 대구마라톤이 열릴 경우 매년 3월 첫째 주 일요일 진행되는 일본 도쿄마라톤과 시기가 겹쳐 정치·외교적 파장까지 예상됐으나 육상연맹 반대로 일단락됐다.

11일 대한육상연맹과 대구시에 따르면 육상연맹 측은 지난 4월 대구시가 보낸 ‘개최일정 변경 의견수렴 요청 공문’에 대해 전날인 10일 “3·1절 개최는 어렵고 다른 날짜로 변경하는 건에 대해서는 논의하자”고 회신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대구시 공문을 받고 2개월간 검토한 결과 (3·1절 마라톤 개최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며 “개최 일자를 3·1절 대신 다른 날짜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 대구시와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육상연맹과 수차례 협의한 결과 3·1절 개최는 어렵다는 최종 공문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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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열리던 대구마라톤의 3·1절 개최 방침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홍 시장은 올해 대구마라톤 다음 날인 4월 8일 간부회의에서 “내년에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3·1절에 여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했다. 홍 시장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상 마라톤대회는 섭씨 10도가 넘으면 기록이 저조하다”며 “우승자 기록이 종전 기록에 미치지 못해 세계 최고 상금을 주지 못해 유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구시는 올해 마라톤대회 우승 상금을 16만 달러로 책정했다. 올해 대구 대회에서 2시간 7분 3초로 우승한 케냐의 스테픈 키프롭의 경우 기록별로 상금을 주는 규정에 따라 2시간 6분을 넘기는 바람에 10만 달러를 받는 데 그쳤지만 대구마라톤의 우승 상금은 세계 4대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보스턴 대회(15만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3·1절 개최로 높은 상금에 걸맞은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게 홍 시장 복안이었다.

만약 3·1절에 대구마라톤이 열리면 도쿄마라톤과 참가 선수를 놓고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일제의 압박에 항거한 3·1절 성격상 외교·정치적 싸움으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됐다.

일단 대구시의 31·절 마라톤 개최는 무산됐으나 날짜를 기존 4월보다 앞당기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육상연맹과 협의를 통해 개최 날짜를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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