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본회의를 열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국회 상임위원장 11명 인선을 일방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또는 부분적 협조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보이콧은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원 구성 협상에서 핵심 상임위를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전략으로 일관했던 터라 회군의 명분이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주도로 열린 본회의에 불참한 채 비공개 의원총회를 했다. 앞으로 국회 일정에 어느 정도로 참여할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은 어떻게 할지 등 대야(對野) 전략을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일정 전면 비협조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민생 관련 입법 활동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태도를 바꿀 정치적 명분이 적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 내내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 위원장은 민주당에 절대 내줄 수 없고, 이들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는 민주당 태도는 오만하다'는 주장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날 표결로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를 '강탈'했고 이런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는 것은 거야의 입법 독주에 들러리를 서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의 제1과제는 국회 등원이 아닌 장외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원 구성 협상 전략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선거에서 참패한 소수 정당으로서 법사위든, 운영위든 둘 중 하나는 내주고 나머지 하나를 가져가겠다는 안을 국민의힘이 먼저 제안해 협상을 진전시켜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럼에도 법사위와 운영위 모두 가져가겠다고 버티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본회의 직전 뒤늦게 전략을 바꿔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운영위·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각각 맡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도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가능한 선에서라도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해 민생을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영남권 의원은 통화에서 "다른 상임위에서 집권 여당이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이 적지 않다"면서 "사상 최대라는 카드 연체율이랄지, 영일만 석유 호재를 더 키우는 방안이랄지 전부 여당이 잘할 수 있는 이슈인데 우리가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설치하기로 한 15개 당내 특위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특위가 성과를 낸 전례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회의적으로 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원 구성 가지고 대치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본다”면서 “미국처럼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는 대신 정치적 책임을 지고, 궁극적으로는 여야 모두 서로 정치를 잘해서 다수당이 되려고 노력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