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하자,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집단 휴진을 주도하는 대한의사협회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행위로 처벌할 수 있을지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의사협회 등이 휴진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며, 현재 법 위반 여부를 적극 들여다보고 있다"며 "조사 여부와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공정거래법 51조 3항은 '사업자 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개원의의 집단 휴진을 강요할 경우 ‘사업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판례는 엇갈린다. 공정위는 앞서 2000년, 2014년 의사파업에 같은 혐의를 적용해 처분했는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서로 달랐다. 쟁점은 ‘강제성 여부’였다. 대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사건에선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집단 휴진 당시 불참사유서 요구 등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강제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엔 달랐다.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역시 '강제성 입증'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우선 보건복지부 등이 파악한 의협 움직임과 업계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의협이 개원의에 휴진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참여 여부를 파악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휴진을 유도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실상의 강제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휴진 불참 시 불이익 같은 직접적 강제 외에도, '무형(無形)의 강제성'이 있었는지도 보겠다는 것이다. 의협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개원의가 많이 참여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에 "70% 이상은 집단 휴진하겠다고 투표했으니, 꼭 투표한 내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관건은 남은 일주일 동안 의협의 행동이다. 김성주 의료전문 변호사는 "투표율이 63.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을 보면, 개원의 등이 자율적으로 투표해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의사 사회 특성상 간접적 압박이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를 '강제성'으로 입증하기엔 좀 이르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휴진 실행 전후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에 휴진 참여율이나 소비자의 불편 정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가 고려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