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영화 강국… 한국과 교류로 윈윈 합시다”

입력
2024.06.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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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탄자니아 배우 이본 체리
"탄자니아 영화 스와힐리어권 인기
한국-탄자니아 합작 영화 기획 중"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은 당연히 봤고요. ‘주몽’과 ‘겨울연가’도 탄자니아에서 인기 있었어요. 배우요? 이민호 인기가 정말 대단하죠.”

"한국 같은 영화 선진국과 협력 통해 성장"

탄자니아 배우 이본 체리(43)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제목을 술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나 ‘겨울연가’와 ‘주몽’ 같은 2000년대 초중반 한국 드라마까지 알 줄은 몰랐다. 체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최하고, 코익스(KOICS)가 주관한 ‘탄자니아 연극영화 역량 강화’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동료 영화인 14명과 함께 한국을 최근 찾았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체리는 “한국과 탄자니아 영화 교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좋은 시작”이라며 “탄자니아는 한국 같은 영화 선진국과 협력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체리는 1998년 드라마 ‘맘보 하요’에서 모나리자 역을 연기하며 스타가 됐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모나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영화 ‘걸프렌드’(2002)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10년엔 동아프리카 최대 문화축제인 잔지바르국제영화제에서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영화 강국이다. 인구는 6,200만 명가량으로 스와힐리어권(사용자 2억 명 추산)에서 가장 많다. 탄자니아 영화는 ‘봉고 무비(Bongo Movie)’라는 애칭으로 스와힐리어권에서 널리 사랑받는다. 체리는 “대부분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나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나라 15개국에서 TV를 통해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자니아는 나이지리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영화 산업 규모가 크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등서 한국 영화 촬영을"


체리는 “한국과 탄자니아 영화 교류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영화 ‘걸프렌드’가 흥행하며 탄자니아 영화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이제 22년밖에 안 됐으나 잠재력이 커 한국 영화인들이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번 방한으로 한국과 탄자니아 합작 영화 기획이 성사되기도 했다. 체리가 출연한다. 함께 한국을 찾은 대니얼 마네게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체리는 “시한부 인생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리는 “영화 촬영을 위해 한국 영화인들이 탄자니아를 많이 찾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탄자니아는 킬리만자로산, 빅토리아호, 세렝게티, 잔지바르 등 한국과 다른 매력을 지닌 장소가 많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최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사이마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이 한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탄자니아 영화 진흥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촬영을 위해 탄자니아를 찾는 한국 영화에 대한 지원도 많을 겁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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