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드럼통 살인' 유족의 분노 "형량 낮추려 우발적 살인 거짓 주장"

입력
2024.06.10 15:23
9일 엄벌 탄원서 동참 호소문 올려
"피해자 정보 노출… 보복 두려워

지난달 초 태국의 유명 휴양지 파타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들이 계획 범죄를 부인하고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저는 파타야 관광객 살인 사건 피해자의 누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저희 가족은 아직도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며 "현재 검거된 가해자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죽일 의도가 없었다며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진술로 일관하는 가해자들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토로했다.

앞서 태국 수사 당국은 지난달 11일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 안에 들어있던 30대 한국인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한국인 용의자 3명이 금전적 이유로 피해자를 납치, 살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엄벌 탄원서 작성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탄원서에 담긴 사건 개요를 보면 가해자들은 지난달 1일 범행에 앞서 사전에 수면제와 차량, 숙소 등을 준비했다. 다음 날인 2일 한 클럽에서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납치했다. 피해자가 사망하자 증거 인멸을 위해 가게에서 드럼통과 밧줄, 가위 등을 구입해 사체 훼손 및 유기를 계획했다. 이어 "유기 전까지도 부모님 문자에 답장을 하는 등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보복 위험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피해자의 휴대폰에 있는 정보가 모두 노출된 상황이라 가해자들이 어디까지 가족의 정보를 알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면서 "저희 가족들은 지금도 누군가 찾아와서 협박하거나, 신고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먼 타국에서 끔찍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된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직면해야 했고, 홀로 외로운 장례식을 치르면서 피눈물을 흘렸다"며 "범인들을 꼭 잡아서 강력한 처벌로 억울함을 꼭 풀어주겠다고 동생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선처나 감형이 아닌 마땅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도주한 1명을 추적 중이다. 전북 정읍에서 붙잡힌 이모(26)씨는 강도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7일 구속 기소됐다. 또 다른 공범 이모(27)씨는 지난달 14일 현지에서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나머지 30대 공범은 범행 직후 도주해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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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