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온라인상 원숭이 그림을 마돈나, 저스틴 비버, 에미넴 등 미국 연예인들이 수억 원을 주고 구입해 화제가 된 '대체불가능토큰(NFT)'. 이후 골프장 회원권, 백화점 멤버십 이용권 등 NFT 기술의 활용처가 확대됐지만 일부에선 이를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자산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어떤 NFT가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음 달 19일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NFT는 가상자산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금융당국은 이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NFT는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이미지, 동영상, 소리 등에 고유한 데이터를 부여해 복제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을 갖게 하는 기술이다. 위·변조가 어려워 개인의 신원을 증명하는 인증서로도 활용된다. 실제 최근 열린 가수 장범준 콘서트 티켓은 2,400장 전량 NFT로 발행됐다. 이를 통해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암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NFT의 형태가 다양해 가상자산인지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에 금융위는 ①신원이나 자격을 증명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되거나 ②공연 티켓 등 한정적 수량으로 발행돼 경제적 기능이 미미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경우, ③거래 또는 이전이 가능한 전자적 증표로 보기 어려운 NFT 등에 대해선 가상자산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반해 ①대량 또는 대규모 시리즈로 발행돼 대체 가능성이 큰 경우 ②분할이 가능해 고유성이 크게 약화된 경우 ③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직·간접적 지급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 ④다른 가상자산과 연계해 재화 또는 서비스의 지급이 가능한 경우 중 어느 하나의 특성을 보유한 경우에는 가상자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원숭이 NFT나 장범준 콘서트 티켓은 가상자산일까? 가이드라인만 놓고 보면 가상자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원숭이 NFT는 발행량 자체가 매우 적었으며, 유명인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증명서로 사용한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장범준 콘서트 티켓 역시 경제적 기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구입한 NFT 미술품은 어떨까.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히 투자성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대량 발행인지, 자주 거래가 이뤄지는지, 지급 수단 용도로 활용되고 있느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사실만으로 가상자산으로 보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NFT가 가상자산으로 인정될 경우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대상이 된다. 양도 소득이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NFT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및 특정 금융 정보법 등 가상자산 관련 법령과 정부의 발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NFT를 유통·취급하고 있는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대상이며, 미신고 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