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후보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 등 6명 확정… 개혁파는 1명

입력
2024.06.10 08:44
헌법수호위원회 자격 심사 뒤 최종 후보 승인 
혁명수비대 출신 갈리바프 유력 후보군
'강경 보수'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탈락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치러지는 보궐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6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반(反)서방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출마를 신청한 80명 중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 결과 6명이 출마 자격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중 5명이 보수파, 1명이 개혁파로 분류된다.

이번 심사를 통과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국회의장은 유력 후보군 중 하나로 꼽혀온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 정치인이다. 군 조종사 출신으로 1996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 사령관에 올랐고 4년 뒤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2005년 수도 테헤란 시의회에서 시장으로 선출돼 2017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으나 정작 대선에서는 3차례 고배를 마셨다. 2005년에는 대선에 출마했다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고, 2013년 선거에서는 하산 로하니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2017년에는 대선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이드 잘릴리(59)도 후보 명단에 들었다. 잘릴리는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와 외무차관을 역임한 외교통이다. 또 다른 대선 후보 알리레자 자카니(58) 테헤란 시장 역시 보수파로 평가된다.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을 거친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도 대선후보 자격을 얻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시절 대통령 동의 없이 선거 부정 내역을 하메네이에게 보고한 일로 갈등을 빚다가 해임됐다.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53) 현 부통령은 이번 대선 최연소 후보다.

6명 중 유일하게 개혁주의자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타브리즈의과대학 총장을 지낸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무력으로 종교적 신앙을 구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로 시위대를 옹호한 바 있다.

한편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17, 2021년에 이어 3번째 헌법심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2005∼2013년 8년간 대통령을 연임하는 동안 대중영합적 정책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고위성직자들의 위계질서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었다.

이번 대선은 오는 28일 치러진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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