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는 위헌"

입력
2024.06.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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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국기에 대한 경례- 1


기독교 전통과 헌법상 자유의 권리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질긴 갈등을 연방정부 공식 표어인 ‘In God We Trust’와 관공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한 대법원 판결(순록 원칙) 등을 통해 살펴본 바 있다. 두 사안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은 전통과 관행을 존중해 전자의 경우 종교적 의미가 탈색됐다고 판단했고 후자 역시 불특정 다수의 선의로 해석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에 국가 권력의 시민 자유에 대한 침해에는 사뭇 엄격해서, 공립학교 학생들의 국기에 대한 경례는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는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의회가 제정한 ‘국기법(Flag Code Law)’으로 법제화됐다. 앞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400주년이던 1892년 프랜시스 벨라미(Francis Bellamy)라는 목사가 학생들을 위한 맹세문을 만들어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시켰다. “나는 나의 국기와 그 국기가 서 있는 공화국, 즉 나뉠 수 없는 하나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법에서는 ‘공화국’이 ‘미합중국’으로 바뀌었고, ‘하나의 국가’ 앞에 ‘하나님 아래(under God)’란 문구가 더해졌다.

1940년 연방대법원은 펜실베이니아 마이너스빌(Minersville)의 한 공립학교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거부한 두 학생을 퇴학 조치한 사건 소송에서 8대 1의 압도적 차이로 교육위 조치를 합헌 판결했다. 두 학생은 미국 주류 교단이 이단으로 지목하던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다. 하지만 3년 뒤인 1943년 6월 14일, 대법원은 공립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의무화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가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여호와의 증인 학부모(Walter Barnette) 소송에서는 판례를 뒤엎고 6대 3으로 위헌 판결했다.(계속)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