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되찾은 암 말기 엄마, 아들 생환 직전 숨진 아빠… 이스라엘 인질 구출 희비

입력
2024.06.10 00:22
"시간 없다" 호소한 엄마에게 되돌아온 딸
 "TV 붙어 살았는데…" 전날 눈 감은 아빠
시위대 분노는 여전… 민간인 희생 비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4명이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 군사작전으로 구출되며 이들의 사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에 억류된 4명의 인질을 구출해냈다"고 밝혔다. 구출된 인질은 여성 1명과 남성 3명으로, 지난 10월 7일 음악 축제에서 납치된 지 약 8개월 만에 자유를 찾았다.

이날 구출된 여성 인질 아르가마니는 하마스 공격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납치 영상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영상에서 여러 남성들에게 붙들려 오토바이에 강제로 태워져 납치당하며 "나를 죽이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그는 지난 1월 하마스가 공개한 인질 영상에서도 수척한 모습으로 얼굴을 비췄다.

앞서 아르가마니의 어머니 리오라(61)는 뇌암 4기라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인질 가족 단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외동딸을 풀어달라고 하마스에 간청했다. 영상에서 리오라는 "그(아르가마니)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고, 한 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르가마니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제때 자유의 몸이 됐다"며 그가 어머니에게 귀환 소식을 알렸다고 전했다. 아르가마니의 아버지도 이날 "오늘은 내 생일인데 이런 선물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채널12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아르가마니가 구출 후 아버지 품에 안기는 순간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구출된 알모그 메이르 잔(21)의 아버지 요시 잔(57)은 아들의 구출 소식을 듣기 몇 시간 전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는 전했다. 알모그의 고모 디나 잔은 "알모그가 돌아오기 전날 밤, 오빠의 심장이 멈췄다"며 "오빠는 슬픔에 잠긴 채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말했다.

요시는 아들이 납치된 뒤 20㎏이 빠졌고, 누구와도 만나거나 소통하지 않았다고 디나는 설명했다. 또 "오빠는 (지난해 10월 아들이 납치된 뒤) 8개월 동안 TV에 붙어 지내며 모든 정보에 집착했다"며 "그는 알모그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는 견딜 수 없었고, 그의 눈앞에서 좌절된 모든 잠재적 인질 교환 협상이 그의 마음을 산산조각냈다"고 말했다. 디나는 알모그의 구출 소식을 듣고 요시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그는 거실에서 자는 듯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남성 인질 두 명도 이날 무사히 구출됐다. 샬로미 지브(40)는 구출된 후 눈물 어린 영상통화로 아내와 재회했다. 지브는 무엇을 가져갈지 묻는 아내에게 "그냥 오라"고 답했다고 TOI는 전했다. 1년 반 전 이스라엘로 이민을 온 안드레이 코즈로프(27)는 구출 후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동료 인질들 덕분에 히브리어 실력이 늘었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TOI는 인질 교환 협상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위대가 4명의 생환을 반기면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선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 협상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각 인질들을 데려오라고 요구해 왔다. AP에 따르면, 아직 풀려나지 못한 인질은 약 120명이며 이 중 4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IDF 작전은 4명을 무사히 구출하며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돼 국제사회에선 '집단학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274명이 사망하고 69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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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