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마침내 애플표 AI를 공개한다.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가 그 자리다.
2007년 아이폰 출시로 전 세계에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키고, 2022년 초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수년간 1위였던 시총 순위가 올 들어 3위까지 떨어졌다. 2022년 말 AI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에도 AI 도입에 여유를 부려온 탓이다. 올해 WWDC에서 내놓을 발표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8일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고 이름 붙인 AI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삼성전자 갤럭시 AI처럼 온디바이스(내장형) AI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AI를 합한 '하이브리드 AI'로 알려졌다. 필요에 따라 온디바이스 AI를 쓸지,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할지를 결정해 이용자의 명령을 처리한다. 올 하반기 공개될 아이폰 신제품을 비롯해 최신형 칩 기반의 맥 컴퓨터, 아이패드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은 동영상 생성 같은 화려한 기능을 자랑하기보다 가능한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에 AI를 통합해 편의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요약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사파리(자체 웹 브라우저)'에서 기사와 웹페이지 내용을 빠르게 요약할 수 있는 기능을 계획 중"이라며 "메모, 문자 메시지, 이메일, 쌓인 알람 등을 요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목할 만한 기능은 답장 제안이다.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이메일과 문자에 응답을 자동 생성해준다고 한다.
음성 기반 AI 비서 '시리'의 성능도 개선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시리는 전화를 걸거나, 알림을 설정하는 등 단순 작업만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회사에서 보낸 이메일을 전부 삭제해 줘", "사진 속 얼굴을 더 환하게 보이도록 편집해" 식으로 더 세밀한 주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단 시리를 통한 개별 앱 제어는 애플 자체 앱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앱 역시 AI와 만나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문자 메시지에는 단어나 문구를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이모티콘을 바로 생성해주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음성메모에는 녹음 내용을 자동으로 글로 풀어주는 기능이 생기고, 사진 앱에는 사람이나 물체를 사진에서 제거하는 등 편집 기능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테크업계의 관심은 이번 WWDC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등장할지에 쏠리고 있다. 알려진 애플의 AI 신기능들이 대부분 이미 타사들이 선보인 것들이라 전혀 새롭지 않은 반면, 애플이 핵심 서비스 개발을 위해 다른 회사의 힘을 빌린 것은 이례적이라서다. 그간 애플은 개방과 협력을 위시하는 삼성전자·구글 등과 달리, 자사 제품끼리만 잘 연동되도록 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애플 인텔리전스의 경우 자사 AI 기술과 오픈AI의 AI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올트먼은 2008년에도 WWDC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스물세 살이었던 그는 당시 루프트라는 친구 찾기 서비스 스타트업의 창업자 자격으로 WWDC에 등장, 애플이 출시를 예고한 앱스토어에 대해 "모바일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블룸버그는 "16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다시 한번 그를 찾고 있다"며 "그러나 변화가 있다. 이번에는 애플도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급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생성형 AI 서비스 공개가 타사 대비 1년 이상 늦은 것을 감안하면, 애플이 결국 오픈AI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은 굴욕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애플이 올트먼에게 무대를 내주지 않더라도, 이번 회의의 주인공은 사실상 올트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오픈AI와의 계약 발표가 올해 WWDC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의 힘이 얼마나 많이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기즈모도는 "애플이 올트먼을 실리콘밸리의 왕으로 등극시켜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