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조선 4월 러시아 항구 드나들며 석유 수송, 유엔 제재 위반"

입력
2024.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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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북 선박 4척, 러시아서 석유 밀수"
수송 은폐 정황도… "유엔 제재 기능 못 해"

북한 유조선이 지난 4월 러시아에서 석유를 공급받아 자국으로 수송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북한 유조선 4척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해 석유 정제품을 여러 번 실어 날랐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지낸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과 함께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했다. 유엔 전문기관인 국제해사기구(IMO)와 일본 외무성이 공개하는 선박 형상도 비교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기구다.

요미우리는 "4월 1, 3, 7, 10일 위성 사진을 분석해 보니 북한 유조선의 특징과 일치하는 선박 4척이 석유탱크로 보이는 구조물이 늘어선 보스토치니항에 정박하거나 항만 내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4월 1일 사진에 포착된 유조선은 '유선호'로 보이는 선박으로, 과거 해상에서 석유제품을 불법 환적한 혐의로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다. 4월 3, 7, 10일 촬영된 선박은 각각 '운흥호', '백양산 1호', '월봉산호'로 추정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4척에 대해 대북 석유 정제품 공급을 제한한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가 있다고 거듭 지적해 왔다.

북, 유엔 제재로 연간 석유 수입량 50만 배럴로 제한

북한 유조선들이 석유 정제품 수송을 은폐하려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요미우리는 "선박 위치정보 제공 사이트 마린트래픽에서 4척의 항적을 확인한 결과 4척 모두 보스토치니항 기항 전후에 선박 위치 속도를 외부로 알리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를 끊었다"며 "AIS 신호를 차단하면 항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유선호는 지난 3월 초 서해에서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까지 이동했지만, 같은 달 9일을 끝으로 AIS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4월 1일 보스토치니항에 이동한 것이 확인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 다시 신호를 보냈다.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의 석유 정제품 수입량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북 석유 정제품 공급이 3월 한 달 동안만 16만5,000배럴을 넘었다"며 "이미 연간 상한선을 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요미우리에 "올봄 이후 북한의 유조선이 보스토치니항에 직접 기항해 석유 정제품을 조달하게 됐다"며 "유엔 제재가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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