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충일 욱일기' 슬그머니 철거… 현관 앞 오물 테러

입력
2024.06.07 13:20
수영구 주상복합에 내걸려 논란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 검토

현충일인 6일 부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걸려 있던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내려갔다.

7일 부산 수영구청 등에 따르면, 수영구 소재 아파트 창문에 내걸렸던 욱일기는 전날 밤늦게 철거됐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주민 A씨가 대형 욱일기 두 기와 '민관합동 사기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모습이 공유됐다. 그는 지난 3·1절에도 일장기를 창문에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진이 확산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욱일기를 건 A씨에 대한 신상 털기도 벌어졌다. 온라인상에는 A씨의 이름, 거주하는 아파트 호실 등이 공개됐고 직업이 의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몰리는 등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A씨 집 앞 현관 앞은 오물과 비난 문구로 뒤덮였다. 욱일기 게양을 항의하러 간 주민들은 현관 앞에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고 적힌 종이 위에 빨간 글씨로 '나잇값도 못한다', '토착왜구' 등 비난 글을 적어 붙였다.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경찰과 수영구청은 A씨의 욱일기와 현수막 게재와 관련해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욱일기가 국기에 해당하는지, 불법 광고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령과 판례를 통해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욱일기 사용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지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규제 방안이 없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일들을 계기로 삼아 강력한 처벌 법안을 만들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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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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