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이젠 노인병 아냐… 젊은 백내장도 크게 늘어

입력
2024.06.07 23:00
[건강이 최고]스테로이드 사용, 외상, 당뇨병, 아토피 질환 영향

백내장(白內障)은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눈의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져 혼탁해진 상태를 말한다. 투명했던 수정체의 단백질이 변성돼 흰색이나 황색, 심하면 갈색 등으로 혼탁되는 게 특징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아 정확한 진단과 조치가 필요한 질환이다.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은 노화·자외선·당뇨병 등으로 인한 단백질 이상 변성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며 “이 밖에 기타 외상·유전·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에 의한 요인도 있다”고 했다.

백내장은 수정체 노화로 인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눈 질환으로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내장 환자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40대 환자가 9만834명으로, 2010년 3만3,910명보다 2.7배가량 증가했다.

황형빈 교수는 “특정 질환으로 인한 스테로이드 등 약물 사용, 외상, 당뇨병, 아토피 질환 등에 의해 30~40대에서도 시력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젊은 연령층에서도 해당 질환 과거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백내장이 발병하면 망막으로 빛이 깨끗이 들어오지 못해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는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고, 안구 통증 등을 동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병이 크게 진행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또한 빛 산란으로 인한 눈부심을 느끼거나 색상이 원래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백내장 치료법에는 보존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이 있다. 보존적 방법은 백내장 진행 정도와 시력 감소 등을 확인해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안약을 눈에 넣는 방법이다. 주로 초기에 백내장을 발견할 때 사용한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수정체 혼탁을 이전에 투명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고, 안약을 사용하더라도 백내장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백내장이 시력 저하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수술을 결정한다. 백내장 수술은 일반적으로 ‘초음파 유화 흡인술’을 시행해 백내장이 발생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비어 있는 수정체낭에 적합한 도수의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최대한 나안 시력을 호전시키기 위해 ‘난시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하거나, 노안 개선을 위해 ‘다초점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하기도 한다.

황형빈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법이나 인공 수정체를 택하려면 각막 지형도 검사, 굴절 검사, 안저(眼底) 검사 등은 물론, 수술 전 충분한 면담과 문진을 통해 환자의 전신 질환, 나이, 나아가 생활 패턴과 직업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후 시력 회복 정도는 각막, 유리체, 망막 상태에 따라 정하는데, 수술로 수정체 혼탁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약시, 고도 근시, 기타 시신경 질환 등으로 인한 시력 장애는 백내장 수술로 회복하기 힘들다.

선천성, 외상성 백내장 등을 제외한 노인성 백내장은 노화 과정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이나 과음,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백내장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이러한 위험 요인을 피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백내장은 수술로 완쾌될 수 있는 대표적인 노화성 안과 질환으로 올바른 진단과 치료법을 택해야만 시력 질은 높이고 불편감과 합병증은 줄일 수 있다.

황형빈 교수는 “백내장은 발생 시기와 초기 증상이 노안과 비슷해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노안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적지 않다”며 “동반된 전신 질환으로 거동이 어려워 백내장을 중증으로 방치하면 치료 과정이 까다로울 수 있기에 검진해 초기 발견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