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한국 공매도 금지, 개선 필요"... 선진국 지수 편입 또 물 건너가나

입력
2024.06.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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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후 첫 반응
"접근성 악화" 평가 하향

세계 최대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비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된 지 7개월 만에 MSCI가 내놓은 첫 평가는 "개선이 필요하다"였다.

6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CI는 이날 발표한 연례 시장 접근성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매도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SCI는 한국의 공매도 접근성에 대해 "플러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마이너스(-)"로 평가를 끌어내렸다. 이는 한국이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 MSCI가 내놓은 첫 번째 공개 반응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갚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 증시 부진을 "공매도 탓"이라 주장해 온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은 공매도 재개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전망했다.


증권가 "사실상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국내 증권가는 "사실상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고 풀이했다. 다만 지난해 공매도 금지 조치 당시부터 예상됐던 결과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MSCI의 선진국·신흥국 재분류 결과는 한국 시간 21일 오전 발표된다.

MSCI는 선진국 지수 편입 국가를 평가할 때 자본 흐름의 용이성과 금융 상품의 이용 가능성 같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개방성을 중요시해 평가해 왔다. 공매도 제도에 대해서도 "시장 효율성과 관련해 인정을 받고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

2008년부터 MSCI 선진국 지수에 도전해 온 한국 증시는 지난해에도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지수 편입을 위해선 첫 관문인 MSCI 관찰대상국 명단에 1년간 올라야 하지만 여기도 오르지 못했다.


"MSCI 기준 다소 엄격" 견해도

MSCI 기준이 다소 엄격했다는 의견도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으나, MSCI는 완전히 제도가 정착되고 1년 이상의 평가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며 "보수적인 MSCI"라고 평가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시장 유관기관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했고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는 외환시장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선진지수 편입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조아름 기자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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