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여성고용률

입력
202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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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1974년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의 퇴직을 앞두고 노동력 부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4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퇴장할 경우 산업 전체의 활력과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외국인 인력의 추가 공급,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대체하는 인공지능(AI) 협동로봇의 적극 도입 등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는 몇 가지 방안이 제출되고 있지만 여성고용률의 증가는 필수 과제이다.

여성고용률은 최근 들어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2023년 기준으로 15~64세 여성의 고용률은 61.4%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2%보다 낮다. 다수의 선진국이 70%대를 기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요국들 중에서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가족주의 복지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뿐이다. 엄마 고용률은 아주 낮다. 한 명 이상의 0~14세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의 고용률은 56.2%로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4번째이다. 우리나라보다 뒤처진 나라는 튀르키예, 멕시코, 코스타리카뿐이다. 2세 미만의 아이를 가진 엄마의 고용률은 50%를 넘지 않는다. 3~5세 아이를 가진 엄마의 고용률은 60%에 불과하다.

한국은 30대 초반 가임기 여성이 노동시장을 떠나 애들이 어느 정도 큰 뒤에 다시 경력단절여성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M자형 커브를 보여주는 희소한 나라이다. 25~29세의 고용률은 70.9%이지만, 가임기인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62.5%로 떨어지며 첫애가 초등학교에 진학할 나이인 35~39세에는 59.2%로 떨어진다. 그러다가 40~44세 여성의 고용률은 62.2%로 다시 높아진다. 남녀 고용률의 차이는 17.5%포인트인데,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높은 차이를 보여주는 나라는 이탈리아밖에 없다.

한국은 여성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껏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가진 국가로 출발하였지만 맞벌이모델을 적극 지원하는 가족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을 통해서 여성의 고용률을 급격하게 늘려온 포르투갈의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의 여성고용률 지표를 보기로 하자. 2022년 기준 15~64세 여성고용률은 69%에 이른다. 0~14세 아이를 둔 엄마의 고용률은 무려 85.5%이다. 그것도 일하는 여성의 90%는 전일제 노동이다. 여성고용률은 높지만 파트타임 비율이 많은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다수의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2세 미만의 아이를 둔 엄마의 고용률도 80%를 훌쩍 넘는다. 남녀 고용률 차이는 5.1%포인트에 불과하다.

포르투갈이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 역사적 요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아빠가 의무적으로 육아휴가를 사용하여야 할 일수의 증가, 부모육아휴직제, 육아휴직급여의 높은 소득대체율, 노동시장에서의 남녀고용평등 등 여성의 전일제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돌봄과 취업을 여성의 선택에 맡기는 제도를 실시하는 나라이다.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포르투갈과 같은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여 맞벌이부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