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당 간부가 과거 구의원 시절 5조 원 대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수 차례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기 피해자들은 국민의힘에 해당 간부의 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간부는 "나도 피해자"라며 무고함을 호소하는 중이다.
4일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MBI 인터내셔널(이하 MBI) 사기 사건 피해자 200여 명이 모인 MBI 피해자연합은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서울시당 간부 A씨의 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진정서에는 A씨가 5조 원 대 규모 다단계 투자를 모집한 MBI 설명회에 참석해 투자를 독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가 설명회에 참석한 시점은 2018년 구의원 선거기간과 지방의원 당선 이후다.
MBI는 2012년 11월 국내에 들어온 말레이시아계 불법 다단계 업체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화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권을 구매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꾀어, 한국에서만 8만여 명의 투자금을 모았다. 일당 중 A씨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B씨가 MBI의 핵심 모집책이었다. 동생 B씨는 전국을 돌며 투자 설명회를 열고 신규 회원을 유치한 혐의(사기)로 올해 1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들은 공직자였던 A씨가 친동생이 개최한 설명회에 여러 차례 얼굴을 비추며 MBI를 홍보하고, 투자를 권장했다고 지적했다. 설명회 무대에 오를 때는 '현직 구의원'이라는 사회자의 소개를 받아,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다고 한다. 그는 2018년 5월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동생이 진작 (MBI에 투자) 하라고 했을 때는 믿지 않았는데 돈이 벌리더라"며 "그래서 나도 뛰어들었다”는 내용으로 20여 분 간 홍보 연설을 했다고 한다.
그는 같은 해 7월 경기 수원시 호텔에서 열린 MBI 관련 발대식에도 함께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그는 투자자들에게 “대한민국에서 돈 벌 기회는 MBI 뿐”이라거나 “정부에 말을 전해 (MBI가)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구의원이 보증한 사업이라는 점에 끌려, MBI 투자를 늘린 피해자들도 여럿 있다고 금융피해자연대는 밝혔다. 2018년 설명회에 참석했던 피해자 이모씨는 “현직 공직자가 홍보하고 공언한 사업인 만큼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설명회 후 2,0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해 더 큰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문제의 설명회가 열리기 1년 전, B씨가 이미 방문판매법 위반(불법다단계)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적이 있어 누나인 A씨가 불법행위를 몰랐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MBI에 대해) 잘 몰랐고, 나 역시 투자로 돈을 잃은 피해자”라며 “동생도 총책에게 다 뒤집어 쓴 것”이라 항변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모집책인 동생의 부탁을 받고 아무런 조사 없이 다단계 업체를 홍보한 건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제명을 촉구했다. A씨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지난해까지 역임했고, 현재 중앙위원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