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영화 출연 탕웨이 “‘만추’ 전엔 혼자라 울었는데… ‘원더랜드’는 가족 힘 느끼며 촬영“

입력
2024.06.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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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과 13년 만에 협업
새 영화 ‘원더랜드’ 5일 개봉 앞둬
“딸 낯선 이와 있게 될까 가장 걱정”

영화 ‘만추’(2011)로 만나 연인이 됐다. 2014년 결혼하며 한국과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젊은 남자들 사이 감독이 장래 희망 직업으로 급부상했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였다. 떠들썩한 연애와 결혼 이후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는 스크린 밖 소식만 합작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랜드‘(12세 이상 관람가)는 두 사람이 ’만추‘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협업 결과다. 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탕웨이를 만났다.

“시나리오 대사 고쳐주며 남편 도와“

’원더랜드‘는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한다. 한 정보기술(IT) 업체가 죽은 사람들을 ’원더랜드‘라는 AI 세상에 부활시켜 가족이나 연인을 만나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탕웨이는 얼마 전 어린 딸을 친정어머니에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바이리라는 중국 여인을 연기했다. 생전에는 펀드매니저였으나 '원더랜드'에서는 고대 유물을 찾는 고고학자가 된다. AI 바이리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딸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남다른 모성애를 보여준다.

영화는 김 감독이 2016년 화상 통화를 하다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화면 너머 사람이 실재하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이 113분짜리 영상이 됐다. 김 감독은 “주변 조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탕웨이는 주요 조력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주로 대사를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각 배역이 돼 대사를 실제로 말해 보고 어색한 곳은 없는지 찾아서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탕웨이는 “감독님은 제 직감을 굉장히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 저는 어떤 답을 알아내기 위해 테스트하는 사람인 듯하다“며 가볍게 웃기도 했다.

촬영은 2021년 이뤄졌다. 김 감독과 탕웨이 사이에서 2016년 태어난 딸 썸머가 다섯 살 때였다. 두 사람은 “아이를 누가 돌볼까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했다. 탕웨이는 “촬영 기간 동안 아이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있게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면서도 "일주일가량 아이와 함께 할 수 없었던 것 때문에 지금도 미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남편 새 도전에 다음 작품도 기대“

‘원더랜드’는 김 감독의 이전 영화 ‘가족의 탄생’(2006)이나 ‘만추’와 거리가 있다. 사람들의 관계를 여전히 탐색하면서도 신기술이 바꿀 수 있는 세태를 묘사해낸다. 탕웨이는 “굉장히 성숙한 남자로서 자신이 연구하고 파헤쳐서 찾아낸 것을 사람들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독님의 다음 작품은 뭘까, 다음에는 어떤 단계로 나아갈까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만추’ 촬영 당시와의 차이를 묻자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가족의 존재”를 들었다. "‘만추’ 촬영 전 그리스 아테네 여행 중 생일에 파르테논 신전에서 보름달을 보며 눈물 흘렸어요. 서른 살인데 남자친구도 없고,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다는 생각에서요. ‘원더랜드’를 찍을 때는 제 세계에 영화뿐 아니라 가족이 있게 됐어요.“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으로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헤어질 결심’을 발판 삼아 공유 자동차와 온라인 쇼핑몰 광고모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헤어질 결심’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완성된 느낌“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남편과 호흡을 맞춘 ‘원더랜드’를 보고선 어떤 기분이었을까. 탕웨이는 “감독님의 새로운 세계를 같이 탐색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며 ”제목 그대로 ‘원더랜드’였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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