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경제정책,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인가?

입력
2024.06.04 19:00
29면

편집자주

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우리의 미래 또한 국제적 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의 실상과 방향을 읽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弱달러 선호하는 트럼프 측근
의회 반대에도 자본통제 우려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 가능성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전 대표는 트럼프의 최측근 경제자문가이다. 관세만으로는 무역적자 해소가 어렵다고 보는 그는 달러가치 절하를 선호한다. 그는 과거에도 이를 거론했지만 재무부 등의 반대를 돌파하지 못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차기 정부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 이상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또는 100%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율 관세 자체가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수도 있지만, 고관세 위협을 무기로 중국 등 흑자국과 협상을 통해 달러가치 절하를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협정을 중국 등 주요 국가와 체결하는 것이 최선이나,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달러 약화는 수입물가 상승, 무역상대국 보복조치 등을 유발할 것이고 이런 이유로 월가와 대형 소매업체들은 반대한다. 달러가치를 절하해도 무역상대국들은 자국 금리를 인하하거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그 효과를 무력화할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진영이 금리결정 과정에 백악관이 직접 개입하려는 플랜을 구상 중이라는 소문을 보도했다. 이게 현실화되면 틀림없이 달러는 약세를 띨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 의회가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중국 같은 고저축 국가가 미국 같은 고소비 국가와 거래할 때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이 무역적자라고 본다. 라이트하이저는 무역적자가 저축 차이를 반영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이 차이는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을 지원하는 흑자국 정책의 결과라고 본다. 라이트하이저의 이런 사고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 북경대 교수이자 '무역전쟁은 계급전쟁이다(Trade Wars are Class Wars)'의 공저자인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이다.

페티스는 무역흑자국은 경쟁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가계가 제조업을 보조하도록 하는 왜곡된 정책 때문에 흑자를 누린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만성적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흑자국이 미국에 상품을 싸게 파는 능력을 제약하거나, 흑자국이 자국의 과도한 저축을 미국에 투자하는 능력을 제약하는 방법 중에서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의 방법이 관세이고, 후자의 방법은 자본유입에 대한 과세이다. 페티스는 후자를 선호한다.

미국은 2018년 관세를 부과했어도 중국과의 적자는 감소했지만, 미국의 총적자 규모나 중국의 총흑자는 감소하지 않았다. 관세는 모두를 동등하게 벌하는 것이라서 문제이기도 하다. 그 대신 무역흑자를 미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에 과세를 하게 되면 과도한 저축을 가진 나라들만 타격하는 것으로 보다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자본유입의 제한으로 달러의 글로벌 사용은 줄어들지만 미국 농부, 노동자, 중산층, 제조업체는 이익을 본다고 페티스는 분석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첫째는 미 달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글로벌 금융을 지배하는 월가이다. 둘째는 미 달러의 위상을 이용해 미국 이익에 반하는 국가들을 제재하는 외교안보 그룹이다. 셋째는 외국에서 손쉽게 투자를 해왔던 대기업들이다. 페티스는 이 반대그룹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미 경제의 장기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자본통제가 미국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경제문제가 정치화됨으로써 이번 대선 결과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시스템에 큰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동기 작가·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