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를 다루는 형사 재판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부정 지급 관련 혐의 34개 전부를 배심원단이 유죄로 판단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제 수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징역형 선고도 가능하지만, 공감대가 넓지는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전으로 단속에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직 미 대통령을 기소한 첫 검사인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검장이 징역형을 구형할지 말지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고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브래그 검사장은 부자와 빈자에게 똑같이 법을 집행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2022년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에 선출됐다.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것도 이런 소신의 결과다. 배심원단의 의견 일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며 중형 구형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떤 결정이든 당파적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사불란한 유죄 평결을 확보한 것은 내년 지검장 선거를 앞둔 그에게 일종의 훈장이지만, 징역형 구형까지 밀어붙였다가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아 기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WSJ는 짚었다.
양형이 예상 가능할 정도로 법리가 정돈된 것도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두 명의 법률 전문가로부터 상반된 의견을 받아 실었다. 첫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법률 고문이었던 노먼 아이젠 변호사는 미국 정부 시스템의 정당성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선거 방해 음모는 처벌을 면하지 못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에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연방지법 판사 출신인 낸시 거트너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드물 뿐 아니라 그가 초범이며 미국 형사 사법 체계가 사람을 가두는 데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택연금이나 징역형이 선고되는 상황에 대해 “나는 괜찮지만 대중이 감당하기 힘들 듯하다”며 “어느 순간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덤 쉬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같은 날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자기 지지자들이 벌인 의회 폭동 같은) 폭력을 다시 한번 선동하고 있다”며 “위험한 호소”라고 질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량은 담당 재판관인 후안 머천 맨해튼지법 판사에 의해 다음 달 11일 결정된다. 유무죄 결정 권한을 가진 12명의 배심원단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34개 혐의를 전부 만장일치 유죄로 평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의 입을 개인 변호사를 시켜 회삿돈으로 막은 뒤 그 비용을 법률 자문비로 꾸미려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3월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