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6월 5일, 미국성공회 역사상 교회 본당을 이끄는 첫 여성 주교가 탄생했다. 만 54세 메리 맥레어드(Mary Adelia McLeod, 1938~2022)였다.
미국성공회는 1976년 여성 사제 및 주교 서품을 허용했다. 그해 9월 미국성공회 최고 의결기구인 평신도 및 성직자 대의원회의는 주교회의의 결의안, 즉 ‘사제 주교 안수 요건을 남녀에게 동등하게 적용한다’는 규정을 교회 정강에 추가했다.
이혼 후 다섯 자녀를 돌보던 39세 주부 맥레어드가 이듬해인 1977년 테네시주 사우스대 성공회신학대에 입학했다. 앨라배마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자녀를 돌보며 지역 성공회 교회 신자로서 활동하던 그에게 1976년 미국성공회의 결정은 일종의 계시였다고 한다. 그는 1980년 동급생 중 2등으로 신학대를 졸업, 그해 2월 사제 서품을 받고 몇몇 주 교회에서 공동 담임신부 등으로 재직하다 1993년 6월 버몬트주 신임 주교 투표에서 신자들의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다.
앞서 미국성공회에서는 1988년과 92년 두 명의 여성 주교가 탄생했지만 둘 다 부주교(suffragan bishop), 즉 교구 및 교회 감독-관할권은 없는 주교였다. 1993년 11월 맥레어드의 서품식에서도 보수 교인의 반대 성명서가 낭독됐다. 하지만 행사를 집전한 주교가 그의 서품에 대한 교인들의 의사를 묻자 모두가 기립해 환호하며 “그것이 우리의 뜻”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맥레어드 주교는 2001년 은퇴할 때까지 성공적으로 교구를 이끌었다. 특히 성소수자 포용과 동성혼 법제화 등에 앞장서, 2000년 버몬트주 의회가 동성혼 법제화 논의를 시작하자 ‘교회가 먼저 해방 선언을 발표하자’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해 교구 내 모든 교회 신자들에게 배포했다.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의 선물과 그 사랑의 표현은 동성애자라고 부정될 수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