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위한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일주일 새 두 차례나 금투세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면서 제도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투세 관련 시장 및 학계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그간의 환경 변화와 개인투자자 및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며 금투세 도입에 재차 우려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에도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면 1,400만 개인투자자의 우려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엄밀히 따지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금투세 폐지는 금감원의 소관이 아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이 나서 금투세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상류에 있는 공장에서 폐수가 흐르면 하류를 거쳐 들판에도 영향을 미치듯, 제도 소관은 다른 부처에 있지만 우리가 관리하는 자본시장에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정부 입장은 정해져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구체화시켜 끌고 가지 않으면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폐지 근거로 과거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들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정책도 선의로 설계했지만 시장 참여자에게 예상 못한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안정을 기대한 제도가 가격을 띄웠다"며 "범위가 좁으면 예측에 오류가 있어도 영향이 크지 않지만 자본시장은 워낙 크고, 제도 도입 당시인 2019년과 현재 사이 많은 환경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은 "연말정산 공제 등에서 손해를 입는 사람이 몇천, 몇만 명이 아니라 몇십만 명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5,000만 원 넘는 이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주식을 파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다 보면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의 특성과 투자자의 심리적 동기 등을 고려해 제도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앞서 금투세 일부 유예를 주장한 일부 정치권 주장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고 일갈한 것과 관련, 이 원장은 "여러 입장을 강하게 말했다가 혼도 나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취지는 단순히 지금 곤란하고 시끄러워서 유예하자는 건 책임져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적절치 않기 때문에) 더 국민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강한 표현으로 불편한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