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직 중 수사한 사건자료를 변호사인 지인에게 건넨 김선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1부 부장검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30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엔 문서사본의 증거능력,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4년 11월 전주지검 검사로 일하던 당시 사기 범죄를 수사하면서 작성한 자료들을 이듬해 퇴직 후에도 보관하다가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중에 김 전 부장판사의 지인인 A변호사가 당시 피의자와 관련한 추가 고소 사건을 맡게 됐다. 그러자 김 전 부장검사는 A변호사에게 관련 자료를 건넸다.
김 전 부장검사의 범행은 이후 A변호사 의뢰인 중 한 명이 고소 과정에서 해당 자료를 첨부하면서 드러났다. 별첨된 자료 중엔 과거 김 전 부장검사가 작성한 213쪽 분량의 구속영장청구의견서도 포함됐는데, 그 안엔 수사대상자들의 진술 내용과 개인정보가 다수 적혀있었다.
1심은 "의견서 사본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A변호사에게 의견서를 건넨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이 의뢰인이 입수한 것과 동일하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의뢰인이 다른 경로로 사본을 취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은 검찰이 새로 제출한 공판카드 속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원본을 정확하게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인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공수처 처∙차장 공백 기간 동안 조직을 이끈 김 전 부장검사는 2월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후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중차대한 공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처장과 차장이 잇따라 퇴직하면서 사직서는 대법원 판결 전날인 29일 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