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적힌 종이를 양지바른 땅에 심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림책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는 ‘글 씨앗’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세상’의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땅에 산다는 할아버지는 타자기로 글을 쓴다. 희한한 모자를 썼으며 셀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많아 천 살인지도 모른다는 할아버지. 그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햇살이 잘 드는 땅에 묻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며 돌봤더니 작은 싹이 텄고, 싹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꿨더니 아름드리나무가 됐다.
이 나무의 잎은 글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다. 종이 잎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한 장 한 장이 나비, 코끼리, 말로 변신하는 생생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때가 되자 할아버지는 종이 잎을 따서 실로 꿰매고 표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들은 사뿐 날아올라 사막과 바다를 건너 오래된 도서관의 책장에 꽂힌다. 책을 발견한 아이는 읽고 또 읽으며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서점에서 책을 사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판타지다.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글 짓는 이들의 오롯한 정성과 책에 완전히 녹아들며 자신의 세계를 한 뼘씩 넓혀가는 독자들의 성장은 현실과 닮았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환상의 공간과 익숙한 사물들이 섞여있는 그림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날아왔다. 저자 클라우디오 고베티가 그동안 만든 책들은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등으로 날아가 세계 곳곳의 도서관에 꽂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