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에겐 이렇게 하라"...연극 보다가 암살된 링컨, 그 이후의 이야기

입력
2024.06.01 14:00
15면
애플TV플러스 드라마 '맨헌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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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은 1865년 4월 14일 암살당했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지 불과 5일 만이다. 미국 최초 대통령 암살이었다. 범인은 유명 배우 존 윌크스 부스였다. 한국인 대다수는 이후 벌어진 일을 잘 모른다. 부스는 어떻게 체포돼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혼란 속에 링컨의 유지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맨헌트’는 링컨 암살 전후를 되짚으며 미국 역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복기한다.

①암살범은 왜 링컨을 죽였나

부스(앤서니 보일)는 연기 명문가 자제다. 그는 노예제 폐지를 반대한다. 동료들과 링컨(하미시 링클레이터) 대통령 등 정부 요인 시해 계획을 세운다. 부스는 포드극장에서 링컨 대통령 내외가 연극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 기회를 엿본다. 운 좋게 그는 틈새를 포착한다. 부스는 대통령을 저격한 후 브루투스가 시저 암살 때 말했다는 “폭군에게는 늘 이렇게 하라”를 외친다. 부스는 독재자를 처단한 듯하나 과연 그럴까. 아버지와 형보다 뒤떨어지는 재능에 대한 열패감, 무대 밖에서라도 대중의 환호를 얻고 싶은 소영웅주의가 그의 마음속 야수를 움직였을지 모른다고 드라마는 묘사한다.

부스는 남부연합의 수도 리치먼드를 향해 도망친다. 추격자는 에드윈 스탠턴(토비어스 멘지스) 전쟁부 장관이다. 링컨의 최측근이다. 스탠턴은 부스를 쫓으며 세 가지 적과 싸운다. 부스의 조력자들, 링컨 이전으로 시대를 되돌리려는 유력 정치인들, 만성 천식이 그를 괴롭힌다.

②암살범을 체포하고 배후를 찾아라

링컨과 스탠턴은 전쟁 뒤 재건 계획을 준비했다. 흑인 노예가 자유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물질적, 법적 토대를 만들어주려 했다. 링컨의 암살로 원대한 계획은 흔들린다. 남부 출신 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앤드루 존슨(글렌 모샤워)은 남부연합에 유화적이다. 부스의 배후로 추정되는 월가 큰손 조지 샌더스(앤서니 마블) 역시 스탠턴에게는 위협적인 인물이다.

스탠턴의 추격전이 드라마를 관통한다. 부스의 과거, 스탠턴과 링컨의 교유가 끼어들고, 긴박했던 정치 상황이 곁들여진다.

③영웅 링컨을 있게 한 그 장관

링컨은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부조리를 제거하고 싶어 했다. 노선이 달랐던 스탠턴은 곧 링컨의 뜻에 동의해 조력을 다했다. 그는 링컨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링컨의 뜻을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때로는 정적과 손을 잡고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단단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링컨과 스탠턴의 반대편에는 부스와 샌더스 등이 있다. 그들도 나름 신념이 있다.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나 후세는 링컨과 스탠턴의 삶을 더 기린다. 노예 출신 흑인에게 “자수성가하기 위해 왜 노력하지 않았냐”(존슨 대통령)고 힐난하는 편협한 사고를 지니지 않고,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뷰+포인트
남북전쟁 승리와 노예해방 하면 에이브러햄 링컨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에게 전략을 조언하고, 정책을 실행했던 이들의 숨은 노력은 잘 기억되지 않는다. 남부연합이 항복한 직후 대통령이 암살당하며 혼돈에 휩싸였던 미 정치권에서 스탠턴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20세기 미국의 번영이 있었는지 모른다. 범죄물 형식이 결합된 역사극으로 재미와 의미를 갖추고 있다. 200년 동안 노예로 살아야 했던 흑인들의 신산한 삶, 백인 기득권층의 탐욕, 비정한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과거 등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8%, 시청자 7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