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 공식석상 등장한 이수만, 'AI 시대'에 던진 화두 [종합]

입력
2024.05.30 12:22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정기총회, 내달 1일까지 서울서 개최
이수만, 창작자 패널 기조 연설 진행...SM 떠난 뒤 첫 공식석상
"창작자 지적재산권 보호 위한 환경 마련돼야" 주장...근황 언급은 無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 겸 설립자가 경영권 분쟁 속 SM을 떠난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섰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날 정기총회는 마르셀로 카스텔로 브랑코 CISAC 이사회 의장·한음저협 추가열 회장·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축사 및 환영사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이날 정기총회에 여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것은 창작자 패널 기조 연설에 나선 이 전 총괄 때문이었다. 이 전 총괄의 이번 기조 연설 참여는 그가 지난해 SM 경영진과의 분쟁 끝 회사를 떠난 뒤 첫 공식석상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에 자신이 보유한 SM 보유 지분을 일부를 매각했던 이 전 총괄은 지분 매매 계약에 포함된 '3년간 국내 경업금지' 조항에 따라 해외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에 집중해왔다.

이 가운데 최근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 블루밍그레이스가 A20 엔터테인먼트 상표를 출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전 총괄의 엔터 사업 복귀설이 불거졌다. 하이브와의 지분 매각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상표가 등록되더라도 곧바로 국내 엔터 사업에 복귀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국내 엔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이 전 총괄의 복귀설은 그 자체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상황 속 이 전 총괄이 이날 K팝 관련 기조 연설자로 공식석상에 등장하며 그의 발언에 업계 안팎의 눈이 쏠렸다. 이날 이 전 총괄은 환한 미소로 현장에 등장, 여유있게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전 총괄은 이번 기조 연설을 통해 AI와 챗봇 기술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창작자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정책 정비, 세계 기준 설정,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의 도입의 필요성 등을 촉구했다.

자신이 가수로 데뷔한 뒤 작사, 작곡, 프로듀싱 활동과 함께 SM 설립을 통한 K팝 산업화에 도전하기까지 지적재산권에서 발생한 수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 이 전 총괄은 "저는 집안이 그렇게 넉넉한 집안은 아니었다. 제가 부잣집에서 태어났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대학교 때부터 돈을 조금 벌게 됐고,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큰 수입이 생긴 덕분에 유학도 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이 초기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분야라고 언급한 뒤 "SM을 설립해 K팝을 세계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지적재산권은 제게 큰 자산이자 동력이 돼줬다"라며 "지금 우리의 K팝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훌륭한 프로듀서들이 국내에 많이 생겼다. 저작권은 가수들의 활동에 대한 권리와 물질적 대가를 보호해주고 그들의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괄은 최근 AI와 챗봇의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며 K팝을 포함한 산업 전반과 융합하고 있는 상황 속 원창작자의 권리 침해 역시 가속화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며 콘텐츠를 생산할 때 어디까지 원작자의 저작권으로 볼 것인지, 어디부터 AI의 새 창작물로 바라볼 것인지 등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미비 ▲AI 챗봇이불법으로 다운로드 되거나 임의로 올인 콘텐츠를 익히고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불법 복제 배포 문제 ▲AI 챗봇의 기존 창작물에 대한 무차별적 표절 가능성을 지적하며 "확실하게 대중에게 인지돼있지 않은 많은 작품의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이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상태로 세상에 노출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창작자들의 경제적 손실과 함께 창의성이 가장 존중돼야 하는 문화 사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잘못된 구조로 변형 될 수 있다. AI 챗봇의 기술의 발달은 우리들에게 분명히 새로운 삶의 좋은 질을 만들어 줄 것이지만 이들로 인한 문제도 적시돼야 한다"라고 덧붙인 이 전 총괄은 "CISAC을 비롯해 정부기관, 관련 협회 등은 이에 관한 정책 정비를 빠르게 서둘러야 한다. 명확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규가 정해져야 하고 저작권 침해 방지 기술에 대한 표준기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이 전 총괄은 ▲ AI 챗봇과 아바타, 로봇 등에게 ID를 부여하는 방식의 실명제 도입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스마트 계약 체결을 통한 모든 창작자의 저작권 관리 보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지적재산권에 해당되는 것들을 용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한 이 전 총괄은 "인간은 점점 더 많은 창작물과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며 AI 챗봇을 활용한 창작물 또한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그럴수록 저작자의 보호 문제는 심각해 질 것"이라며 "지난 산업혁명 이후 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 정책 정비·세계 기준 설정·콘텐츠 생산자들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AI의 세상을 여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날 이 전 총괄은 개인일정의 이유로 별도의 질의응답은 진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창작자 패널 토론 세션은 '문화의 국경을 넘다 : K-pop 사례 연구'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배우 및 감독 유지태·김재원 조국현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 DAMA 부회장·제니 모리스 APRA 회장·아르투로 마르케스 SACM 부회장이 참여했다.

세계 최대 규모 저작권 분야 국제회의인 CISAC 정기총회는 지난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콘래드 서울에서 진행된다. CISAC 세계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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