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100일' 복귀할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선 전공의

입력
2024.05.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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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전공의 복귀 122명 증가
복귀 뜻 있는 전공의 상당수 파악
정부 "복귀 미복귀 간 차이 둘 것"
교수사회도 집단행동 회의적 기류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대로 병원을 떠날 것인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 집단행동이 29일로 100일을 맞으면서 전공의들도 현장 복귀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내년 의대 신입생 정원(4,567명)이 확정돼 증원 백지화 주장이 무의미해진 데다 집단 이탈 장기화로 투쟁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소수이지만 복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복귀자와 미복귀자 간 처분에 차이를 두겠다”며 거듭 복귀를 촉구했다.

2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달 30일 577명에서 이달 28일 699명으로 한 달 사이 122명 늘었다. 211개 모든 수련병원으로 대상을 넓히면 근무 전공의는 973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7.1% 규모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망설이거나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31일 각 대학들이 내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하면 집단행동으로 실익을 얻기 어려워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수련병원에 전공의들과 면담을 진행해 복귀 의사를 파악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복귀에 필요한 여건을 파악해 전공의들이 돌아올 계기와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전공의들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담당 교수가 면담 수행을 거부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면담 결과 제출 마감일을 29일에서 31일로 미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공문과 무관하게) 병원 차원에서 이미 전공의들과 대화를 시작한 곳도 있다”며 “면담 결과는 향후 전공의 관련 대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행정처분 등 관련 조치를 할 때 복귀자와 미복귀자 간 확실하게 차이를 두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박 차관은 “당면 과제는 전공의들이 마음 편하게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복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집단에 밀려 개인의 의사와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크다”며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의료계와 정부는 전공의 절반가량은 끝내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도 전공의 없는 진료체계 구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 부원장은 “전공의를 무한정 기다릴 순 없다”며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도 경영난을 겪는 병원을 위해 건강보험 급여비를 선지급한다. 박 차관은 “현재 선지급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에는 급여비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병원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이 인건비 지급 등에 문제가 없도록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서 3월 비상진료체계에 예비비 1,285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775억 원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파견, 전원환자 구급차 비용 외에도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 시니어 의사 등 대체 인력 채용, 진료지원(PA)간호사 수당(40만 원) 및 교육 등에 쓰인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간호법은 22대 국회에서 조속히 재추진하고 법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이 마무리되고 의료개혁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에 대한 회의적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 정책을 무력화할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 휴진과 사직은 호응을 얻기는커녕 국민 반감만 샀다. 30일 촛불집회를 예고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다들 패배주의에 지레 실망에 난리도 아니다. 다들 정신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의료개혁 심포지엄에 정부 관계자와 환자단체 대표를 불러 의견을 나눴는데, 정부 성토대회나 다름없던 지난달 30일 심포지엄보다는 한결 차분하게 진행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강경파가 힘을 잃으면서 의사들도 출구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