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반도체 허브’ 노리는 말레이… “7조 투자 반도체 인재 6만 양성”

입력
2024.05.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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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간 반도체 투자금 145조 원 유치 목표
안와르 총리 "우리는 미중 갈등 중립국" 러브콜

‘동남아시아 반도체 허브’를 노리는 말레이시아가 향후 10여 년간 7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 등을 통해 140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자체 반도체 대기업도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도 내놨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 영향을 받지 않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을 내세웠다.

29일 말레이시아 베나르뉴스 등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미콘 동남아시아 2024’ 행사 기조연설에서 “신규 반도체 투자를 위해 앞으로 국내 직접 투자와 FDI 형태로 최소 5,000억 링깃(약 145조 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정부도 국부펀드 등을 통해 250억 링깃(약 7조2,700억 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자금은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필요한 인재 약 6만 명 양성과 연구개발(R&D) 허브 구축에 투입된다.

안와르 총리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기술력이 필요한 ‘회로 설계’ 기술을 고도화하고, 후공정의 경우 특수 공정인 첨단 패키징에 주력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간 말레이시아는 노동집약형 후공정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앞으로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첨단 분야로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설계·첨단 패키징 영역에서 매출액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인 말레이시아 토종 반도체 기업을 설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해상 교역로인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1970년대부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됐다. 다만 역할은 후공정, 그것도 단순 조립 등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중국 외 또 다른 선택지가 필요해지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으로 떠올랐다.

주요국 반도체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2021년 페낭에 70억 달러(약 9조5,600억 원) 규모 고급 칩 패키징·테스트 공장을 건설했다. 올해부터 생산이 시작된다. 독일 반도체 대기업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도 지난해 50억 유로(약 7조3,7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몰리면서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에 올랐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더 많은 세계 반도체 기업을 끌어오겠다는 게 말레이시아의 희망이다. 이날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를 가장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반도체 생산 장소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자국에서는 지정학적 갈등이나 무역 긴장 고조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산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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