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한국무용과 전임교수 공석 사태가 6년째 이어지며 학생 불만이 극에 달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교수 확보를 요구하는 시위도 해봤지만, 올해 교수 채용에서도 한국무용과 후보자는 모두 탈락했다. 학생들은 전임교수가 없어 학업·졸업·취업 등에 막대한 불이익이 생긴다며 학교 측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이대 무용과 전임교수 채용에선 한국무용 전공 후보가 모두 탈락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생긴 이대 무용과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세 개 세부 전공으로 나뉜다. 채용은 1~3단계로 이뤄지는데, 현재 발레와 현대무용만 전임교수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무용 세부전공도 문제지만 무용과 전체로 봐도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학부생 150여 명, 대학원생 80여 명 규모의 이 학교 무용과에는 다음 달 정년퇴임을 앞둔 발레 전공 전임교수 한 명만 남아 있다. 한국무용과는 2019년부터 교수가 없어서,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은 1년 혹은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시간강사의 수업만 받고 있다.
교수 부재 탓에 학생들은 불편과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용과 학부생 A씨는 "등록금만 학기당 550만 원을 내는데도 세부전공 교수님들의 연속 지도를 받을 수 없다"며 "교수님만의 고유의 춤추는 방식 등을 배울 기회도 박탈당했다"고 토로했다. 교수가 없으니 진로 상담도 문제다. 그는 "타 학교는 교수님을 통해 무용단 입사나 면접 등 채용 상황을 알게 되고, 교수님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 춤을 알리기도 하는데 우리 과는 그 통로가 모두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B씨는 "세부전공 교수님이 없으니 직접 안무하고 실연하는 실기 기반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논문 지도가 정체된 상태"라고 한탄했다.
하도 사람이 안 뽑히다 보니 학생들은 채용 투명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임 교수 채용 과정을 보면, 무용과의 유일한 전임교수를 배제한 채로 특별위원회가 결성돼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현직 전공 교수를 완전히 빼고 임용 절차를 진행한 사례가 있는지, 특정 교수를 뽑아달라는 학과 요청을 반영하지 않고 진행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특별위원회를 꾸린 교무처 관계자는 "그간 전임교수가 있었음에도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학교 본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간 채용이 번번이 무산된 데엔 학교 본부의 책임이 크다고 반박한다. 2021년과 지난해에도 전임교원 채용 공고를 냈지만, 3단계에서 결국 아무도 채용하지 않았다. 당시 후보자의 표절 및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학교 측에서 채용을 무산시켰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특정 후보를 뽑으려는 게 아닌 이상, 논란이 된 후보자를 배제하고 뽑으면 되는데 아예 뽑지도 않은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 교무처는 올 1월 입장문을 내고 "2020년부터 무용과 전임교원 신규 채용 절차를 진행했지만 학과 내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합격자 및 채용 절차 부적격 논란이 빚어지면서 매번 충원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의 경우 후보자 실명이 노출된 것 자체가 비밀 유지 원칙에 위반되고, 특정 후보자를 탈락시키기 위한 영향력 행사로 비쳐 채용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교무처 관계자는 "올해 한국무용과 후보들은 1단계 평가에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뽑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무용 교수를 2025년 1학기 공채를 통해 반드시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우수한 전임교원 채용을 위해 계속 공고를 내는 등 노력했고 외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