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200만 원에 팔아요"... 동남아 국가 'SNS 아기 밀매' 몸살

입력
2024.05.29 08:00
필리핀 "아동 매매 페이스북 페이지 40개 적발"
베트남 법원, 신생아 인신매매 일당에 징역 23년

‘입양자를 찾습니다. 임신 31주, 여자아이, 예상 출산일 7월’, '11월 출생 예정 남아 입양 의향 있음'

28일 ‘상골(아기를 의미하는 타갈로그어) 필리핀 합법 입양’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여기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입양처를 찾거나 입양을 원하는 이들이 올린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글에는 태아 초음파 사진이나 신생아 사진도 함께 달려 있었다. 산모의 거주지나 가격을 묻는 댓글도 이어졌다. ‘합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모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아동 매매 범죄다.

필리핀 ”불법 입양, 성학대로 이어질 수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아기 밀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는 필리핀이다. 27일 필리핀 일간지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렉스 가차리안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신생아 거래가 만연해 일부는 브로커, 일부는 부모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과 협력해 아동 매매에 나선 일부 관계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 조사를 보면 현재 페이스북에는 40여 개 안팎의 필리핀 아동 매매 관련 페이지가 있다. 신생아는 100만~200여 만 원 안팎에 거래된다. 지난 15일 마닐라에서 붙잡힌 여성(29)은 생후 8일 된 자신의 아이를 브로커에게 5만 페소(약 117만 원)에 넘겼고, 브로커는 9만 페소(약 211만 원)에 팔려다 적발됐다. 아기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필리핀 정부는 입양을 가장한 불법 아동 매매가 아동 성학대 등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차리안 장관은 “국가 지침을 벗어난 모든 형태의 입양은 잔인한 아동 착취이자 인신매매 범죄”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 아동 매매 관련 페이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페이스북에서 ‘아동 입양’ 광고까지

베트남에서도 SNS를 통해 아기를 사고파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지방법원은 23일 신생아 인신매매를 주도한 브로커 프엉(42)과 누(31)에게 아동·청소년 인신매매 혐의와 서류 위조 혐의를 적용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일당은 SNS에서 산모를 모은 뒤 이들이 낳은 신생아를 한 명당 1,000만~3,000만 동(약 53만~160만 원)에 사들여 4,000만 동(약 215만 원) 이상에 팔아넘겼다. 또 합법 입양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출생증명서와 입양 동의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도 조작했다.

2021년부터 두 브로커 손을 거쳐간 아기는 최소 1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버젓이 ‘아기 입양’이라는 문구까지 내걸어 광고하기도 했다. 불임을 이유로 신생아를 사들인 여성 5명에겐 벌금 4,000만 동(약 214만 원)이 선고됐다.

태국 일간 네이선은 “태국에서도 이달 초 ‘곧 태어날 아기를 일정 금액을 받고 보낸다’는 글이 게시된 페이스북 페이지가 여럿 노출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신생아 매매가 이뤄지는 것은 입양 절차와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 입양을 알아보고 있는 한 태국인은 네이선에 “아이를 원하지만 한 달 수입이 1만8,500바트(약 68만 원)로 입양 기관 수입 기준을 넘지 못해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서류 작업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페이스북에서 아이를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답했다.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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