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 최대 64조원 규모 '반도체 기금' 조성... 미국 대항 '자립' 가속도

입력
2024.05.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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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반도체투자기금, 1, 2차 합친 규모
미국에 맞선 '반도체 굴기' 의지 투영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4조6,000억 원) 규모의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등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 자립'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 등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지난 24일 중국 재무부와 공상은행 등 국영 은행, 선전과 베이징 등 지방 정부 투자 회사 등으로부터 이 같은 규모의 자금을 모금해 3차 펀드를 조성했다.

앞서 중국은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를 출범시키며 1,400억 위안(약 26조3,000억 원)의 1차 펀드를 조성했다. 2019년 조성한 2차 펀드는 2,000억 위안(약 37조6,000억 원) 규모로, 이번 3차 펀드는 1, 2차 펀드 금액을 합친 액수를 웃도는 셈이다.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자립' 목표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는 물론 차량이나 전자제품 등에 사용하는 저사양 레거시 반도체까지 대(對)중국 수출 통제 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맞서 최근 수년간 '반도체 굴기',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7㎚(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급 첨단 반도체를 넣은 스마트폰을 출시해 미국을 긴장시켰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SMIC는 올해 1분기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점유율에서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I 관련 반도체 개발에 주로 투입될 것" 관측

이번 3차 펀드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AI 관련 반도체 개발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아울러 "실리콘 웨이퍼, 화학제품, 산업용 가스 등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 육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한국,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국들에 중국의 반도체 접근 제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번 3차 펀드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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