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퇴사 반복 땐 실업급여 50% 삭감 추진... 노동계 “열악한 일자리 개선 먼저”

입력
2024.05.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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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5년 내 3회 이상 수급자 '감액' 추진
민주노총 청년노동자들 "일자리 열악한데..." 반발


“학교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에 헌신하는 청년 예술강사 중 임금 대신 실업급여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실업급여 대신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싶습니다.”(학교예술강사 박수현씨)

정부가 구직급여(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에게 급여를 절반까지 삭감해 지급하는 방안을 재추진한다. ‘시럽급여 논란’으로 불발됐던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노동계는 “청년·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게 먼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청년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고서 반복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치부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통계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4명은 평균 1년이 안 돼 실업 상태에 놓인다”며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은 곧 생존의 문제”라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5년 안에 세 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경우 수급액을 최대 50%로 줄이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과 같은 내용으로, 21대 국회가 오는 29일 종료되며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자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타가는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입법예고문에서 “실업급여 반복 수급은 노동시장 구조 왜곡을 고착화하고 고용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복 수급에 따른 실업급여 의존보다 재취업 지원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 부담 완화 필요성도 제기한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1조7,922억 원으로 2018년(6조6,884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동계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은 '노동자의 문제가 아닌 노동시장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기업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권도훈 전국민주일반노조 조직부장은 “미화·경비 직종의 경우 다수 노동자들이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1년, 6개월,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 오래 버틸 수 없는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권과 자본이 실업급여 반복 수급의 원인”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실업급여 반복 수급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3년 청년층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청년층 비정규직 비율은 40.8%, 비정규직 청년 평균 근속기간은 10.9개월로 나타났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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