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봄비' 담은 두보의 시와 신중현 노래로 中 리창과 스킨십

입력
2024.05.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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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배웅하며 '춘야희우(春夜喜雨)’ 시 언급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서울에 모인 3국 정상은 봄비가 내린 26일 3국의 문화 예술 공연을 함께 관람하며 화합을 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가진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이 끝난 뒤 배웅하는 자리에서 중국 시인 두보가 지은 '춘야희우(春夜喜雨·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를 언급하며 한중 관계 복원을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한중·한일·중일 정상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자리를 옮겨 3국 교류와 화합을 다지는 만찬을 가졌다. 만찬장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3국 도예가들이 상호 교류하며 만든 작품들이 전시됐다. 3국 정상과 경제인들이 만찬장에 도착하자 한중일 다문화 어린이 2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아름다운 봄날의 만남’을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일본과 중국의 대표 민요를 부르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지난 2019년 제8차 정상회의에 이어 4년 5개월 만에 개최돼 의미가 더욱 크다"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매년 만나 꾸준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자, 차(茶) 문화, 젓가락을 언급하며 "같은 문화적 공통점이 있고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3국이 보호에 힘써온 따오기에 대해선 "3국 협력의 결실이자 상징"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진 공연에선 우정을 주제로 3국의 현대음악 밴드공연이 진행됐는데, 3국 뮤지션들이 앵콜곡으로 가수 신중현의 ‘봄비’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젊은 날의 외로움을 표현한 노래인 ‘봄비’가 이날 서울에 내린 봄비와 절묘하게 맞아 3국 정상과 참석한 관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도 봄비를 매개로 중국에 우호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회담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리 총리를 배웅했는데 마침 비가 내렸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담한 리 총리와의 재회를 반기며 두보의 시 '춘야희우’를 언급했다.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이 한미일 중심의 가치외교뿐 아니라 중국과의 실리 외교를 추구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외교가에선 다른 나라 정상이 한시를 인용해 양국 관계 우호를 다지는 발언을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두보의 춘야희우는 5년 전에도 등장했다. 2019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며 "오늘 우리의 만남과 대화가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라는 두보의 시처럼 한중 양국의 새로운 관계 발전을 이루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야희우에 나오는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이란 대목을 읊은 것이다.

김현빈 기자